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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캐릭터가 모호해져버린 후반부가 아쉽다 <나는 아빠다>
강병진 2011-04-13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못할 짓은 없다는 게 <나는 아빠다>의 전제다. 영화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또한 그 못할 짓의 수위다. 말하자면 부모는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 것인가.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딸을 둔 강력반 형사 종식(김승우)은 딸을 살리기 위해 범죄집단과 손을 잡는다. 돈의 대가는 단순히 기밀정보를 누설하는 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고, 증거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데에까지 이른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엄마를 잃은 딸 민지(김새론)에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을 하고픈 종식은 앞뒤 재지 않고 돌진한 끝에 드디어 딸의 수술비를 마련한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아빠가 등장한다. 종식에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 생활을 했던 상만(손병호)이다. 누명을 벗고 출소해보니 딸은 죽었고, 아내는 자살기도 뒤 식물인간이 됐다.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려 했던 상만은 종식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김새론이 출연하고, 그녀를 지키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는 점에서 <나는 아빠다>는 개봉 전부터 <아저씨>와 비교됐다.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혈투를 묘사하는 측면에서 <테이큰>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범인들을 때려잡는 동시에 전화로 대출상담을 하는 김승우의 첫 등장은 그러한 비교대상의 영화들에 가까운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종식에게는 <아저씨>의 옆집 아저씨나 <테이큰>의 전직 첩보원 아빠가 가졌던 명분이 없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명분은 있지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정말 죽어도 마땅한 사람들을 처단한다는 하드보일드 영화의 명분은 없다는 얘기다. 영화는 ‘부모라면 이래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하지만 무고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아빠의 악행까지 감동이나 쾌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빠다>의 가장 큰 난제는 두 아빠의 대결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순간부터 더 큰 무리수를 두는 데 있다. 민지에게는 새로운 심장이 필요하고, 뇌사에 빠진 상만의 아내는 민지에게 맞는 심장을 갖고있다. 두 남자의 관계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면서 벌어진 간극은 이야기의 풍성함에 기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반부까지 선명했던 캐릭터가 모호해지고 부모로서 그들이 가졌던 절박한 심정 또한 방해를 받는 쪽이다.이들의 대결이 클라이맥스에 이를 때 등장하는 해결방식 또한 마찬가지. 감독이 의도한 바는 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어 보인다. 새롭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설정이 필요 이상의 욕심으로 무색해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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