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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판타스틱 영상백서

<스콧 필그림> 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

감독 에드거 라이트 상영시간 11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한글 / 출시사 (주)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스콧 필그림은 인디 펑크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평범한 청년이다. 얼마 전 실연을 겪은 그는 17살의 중국계 소녀를 새 여자친구로 맞이한다. 친구들이 숙덕대든 말든 두 사람은 학교 주변과 오락실을 전전하며 예쁜 관계를 키워나간다. 깜찍한 소녀가 영화의 여주인공이냐고? 아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니깐. 필그림이 꿈에서 본 여자가 눈앞에 번쩍 나타난 거다. 그녀, 라모나 플라워즈는 그의 이상형이다. 파티에서 다시 조우한 플라워즈에게 보기 좋게 차인 날, 그는 수상한 편지를 받는다. ‘생사결’(Duel to the Death)을 강조한 편지는 며칠 뒤 현실의 악몽이 된다. 플라워즈의 ‘사악한 전 애인 일곱으로 구성된 연맹’은 콘서트, 촬영장, 클럽, 극장을 가리지 않고 습격을 거듭하고, 이제 필그림은 그녀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건 대결에 임해야 한다.

머리카락을 파스텔 컬러로 염색한 플라워즈의 얼굴은 분명 <이터널 선샤인> 속의 케이트 윈슬럿을 빼닮았다. 현실과 환상의 기억을 넘나드는 이야기 또한 비슷하다. 하지만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스콧 필그림>은 <이터널 선샤인>의 사랑스러운 얼굴만 가진 건 아니다. 황당한 전개는 물론 때론 과격한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메가폰을 쥔 사람이 에드거 라이트라는 것까지 알게 되면 기대감이 더 부푼다. 오말리의 원작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을 창조한 라이트의 다음 정거장으로 더없이 어울린다. 여타 그래픽 노블과 달리 유머, 귀여움, 기발함과 여백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원작이 완결되기 전에 이미 영화작업에 착수했으며, 오말리도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79년생인 오말리와 74년생인 라이트는 그들의 성장배경에 큰 역할을 한 문화-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음악, 패션을 영화 전체에 칠해놓았다(DVD 음성해설에서 그들이 쏟아내는 이름과 제목을 다 열거하려면 이 페이지가 모자란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비디오게임이다. 오말리는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영감을 얻어 대결구도를 짰다고 밝혔고, 영화는 8비트 게임 톤으로 연주된 유니버설사의 로고 뮤직으로 시작해 ‘게임을 다시 하겠니?’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좀 놀았던 애들, 자기가 쿨하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스콧 필그림>을 좋아할 확률은 100%다. 온갖 재기로 중무장한 영상은 판타스틱한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화면분할, 이중인화, 애니메이션과 뮤직비디오 삽입, 스크래치, 점프컷, 한껏 과장된 CG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인물마다 등급과 스펙을 매기고 현실을 게임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음향과 그래픽을 짝 지우고 외화면 관객의 웃음소리를 더하고 유니버설 영화에서 유니버설 영화의 촬영장을 방문하고 멋대로 화면비율을 바꿔대는 <스콧 필그림>은 거대한 농담이다. 에드거 라이트(와 잭 스나이더, 그렉 모톨라)는 포스트 쿠엔틴 타란티노 시대의 한 경향을 보여주는 감독이다(라이트는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타란티노에게 선보이고 의견을 들었다). 시대를 고민하지도,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지도, 걸작의 무게에 짓눌리지도, 심지어 관객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도 않는 듯이 보이는 그들은 오로지 영화와 유희하는 걸 즐거움으로 삼는다. 개성적인 개별 존재의 시대에 그들의 영화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DVD는 음성해설, 삭제장면 및 아웃테이크(37분), 별도 설명 트랙, 갤러리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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