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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강렬한 오프닝, 그로테스크한 엔딩

<힐스 런 레드> Hills Run Red (2009)

감독 데이브 파커 상영시간 81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 / 출시사 워너 홈비디오 화질 ★★★ / 음질 ★★★☆ / 부록 ★★

호러영화의 매력 가운데 으뜸은 자극이다. 시각적이든 정서적이든 자극은 중독성이 강하고 전염효과가 크다. 충격과 공포, 상상하기 힘든 극단적인 폭력을 담은 잔혹 만점의 호러! 라며 호들갑을 떨면 호기심에 이끌려 영화에 홀린다. 대체 어떤 영화인데, 라며 이성보다 본능이 앞선다. 그렇게 입과 입을 통해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요즘은 현실세계의 뉴스들이 더 충격적이어서 이런 건 약발도 먹히지 않는다만, 영화 소재로는 여전히 인기인 모양이다. 데이브 파커의 <힐스 런 레드>가 그런 종류의 영화다.

데이브 파커는 막장 영화의 거물 우베 볼의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각본을 쓰며 주목보다 원성을 더 많이 받았던 인물인데, 그런 이유로 완성도를 미리 예측하고, 영화가 바닥이겠거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작부터 피범벅이다. 거울 앞에 앉은 소년이 자신의 얼굴 피부를 잡아당기곤 가위로 자르고 뜯어낸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오프닝이다. 그리고 어떤 영화에 대한 소개 자막이 뜬다. 1982년에 윌슨 와일러 콘캐논 감독에 의해 <힐스 런 레드>란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극단적인 잔혹성으로 극장 상영이 중단되고, 감독과 배우를 포함해 영화에 대한 모든 기록들이 사라졌다. 몇년 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설의 영화를 찾아 나섰지만 누구도 그 필름을 찾지 못했다. 영화학도 타일러는 <힐스 런 레드>의 단서를 찾아낸 뒤 친구를 꼬드겨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그럼 지금 보는 것이 사라졌다는 그 충격의 영화인가? 많이 접하던 스토리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1에 포함된 존 카펜터의 <담배 자국>이 먼저 떠오른다. <담배 자국>은 단 한번의 상영으로 관객을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사라진 무시무시한 소문의 영화를, 백만장자 영화 컬렉터가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담배 자국>과 달리 <힐스 런 레드>는 부분부분 인터뷰를 빙자한 페이큐다큐멘터리를 시도한다. 이 구성은 마녀의 존재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숲으로 들어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그 과정이 담긴 필름만 발견되었다는 <블레어윗치>와 흡사하다.

<힐스 런 레드>의 이야기는 여러 영화들의 설정을 빌려와 합친 결과물로 태생부터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극적인데다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타일러가 찾아 나선 소문의 영화에 숨겨져 있는 미스터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속속 밝혀지는 진실들은 기대에 영 못 미친다. 알고 보니 <힐스 런 레드>에 나온 살인장면들은 연출이 아닌 진짜 살인이다. 실종된 감독은 의도적으로 살인을 부추겼고, 아이 가면을 쓴 살인마는 영화 캐릭터가 아닌 진짜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이야기야말로 <힐스 런 레드>가 진짜 공을 들이며 구성을 했어야 할 매력적인 상황인데, 영화는 도통 그걸 모르고 피칠갑에 열을 올린다. 자르고 베고 뜯어내고 토막내는 살육의 파티다. 혈겁의 상황이 지나고 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 도달한다. <힐스 런 레드>의 주인공 타일러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영화를 보게 된다. 메이킹 필름까지 포함된 <힐스 런 레드>의 완전판이다. 영화를 보며 <힐스 런 레드>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타일러는 눈물을 흘리고 미친 듯이 웃어젖힌다. 그의 옆에는 시체가 된 관객이 함께한다. 그로테스크한 엔딩의 분위기가 멋지다. 난도질에 공을 들이기보다 스토리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힐스 런 레드>는 근사한 호러가 되었을 것이다. 지나친 욕심이 소수의 호러 팬만이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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