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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식인 장르에서 이룬 위대한 성취

<우린 우리다> Somos lo que hay(블루레이) (2010)

감독 호르헤 미첼 그라우 상영시간 89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TS-HD 5.1 자막 스페인어,영어 / 출시사 첼시필름(영국) 화질 ★★★★ / 음질 ★★★★ / 부록

일부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멕시코 뉴웨이브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호르헤 미첼 그라우는 그 믿음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해준 신예다. 그가 데뷔작으로 선택한 낯선 호러영화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하층민 식인 가족의 이야기다. <우린 우리다>는 유수의 영화제를 돌며 예술영화로 소개됐는데, 극장을 찾은 심약한 서구인들이 경악했을 게 보지 않아도 빤하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한 필자는 “<렛미인>이 뱀파이어 장르에서 한 일을 <우린 우리다>는 식인 장르에서 해냈다”라고 평했다.

멕시코시티의 한 쇼핑몰에서 중년 남자가 쓰러져 죽는다.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다 그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그동안 가장이 구해온 인육을 먹으며 지낸 부인과 딸, 두 아들은 이제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계수단인 벼룩시장 가판대에 나간 형제는 자릿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쫓김을 당한다. 게다가 막무가내로 사냥을 감행한 형제는 인간을 잡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실감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임감에 시달리는 장남 알프레도와 어머니는 각각 비장한 각오로 인간 사냥에 임한다. 그러나 진짜 재앙은 희생양을 집에 들인 다음에 벌어진다. <우린 우리다>는 식인 가족이 겪는 지옥 같은 하루와 비극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다. 만약 잔혹한 장면이나 피의 파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눈을 돌리게 할 끔찍한 장면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영화는 카니발리즘을 통한 공포의 표현을 부수적으로 여긴다. 그라우는 공포와 전율의 추구에 앞서 심각한 질문을 던지기를 원한다. 그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가족의 분열, 도시의 폭력, 사회적인 박탈, 약자들의 생존 투쟁을 보고 느끼고 맛보라”고 말했다. <우린 우리다>에 등장하는 멕시코는 온통 어둡고 불안하고 황폐한 모습이다. 아버지는 쇼윈도 앞을 서성이다 피를 토하며 죽고, 집 없는 아이들은 다리 아래에서 생존하고, 거리의 여자들은 악을 쓰며 밤을 견디고, 경찰은 자기 이익에만 충실하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제의의 폭력성’이다. 이 가족이 집단 살해에 끼어든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살육이 제의로 발전해온 과정은 짐작 가능하다. 지도자 중 누군가가 필연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살육 행위에 희생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이어 성스러운 명분을 더해나갔을 거다. 그러다 마침내 그들은 인육을 먹는 행위의 폭력성을 지우고 신성한 ‘제의’를 거행하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이른 게 아닐까. 지도자의 존재에 집착하고 명령과 규칙에 대한 복종을 중요시하는 그들은 서로를 기능적인 면으로만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희생물의 도륙 장소를 엄숙한 재단처럼 꾸미고 사방을 수많은 시계들로 채워 집이라는 공간의 일상적 성격을 제거해놓았다. 넷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어머니다. 평소 비도덕적인 남편을 불신했던 그녀는 (지도자가 되고자) 아버지와의 동일화 과정에 처한 아들마저 혐오한다. 가부장이 되지 못하는 탓에 은근히 아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어머니는 보기 드문 인물상이며, 그녀가 제의를 위해 아이들을 버리고 자신의 생존을 택하는 장면은 기이한 인상을 남긴다. 셋이 죽은 뒤 살아남은 자는 ‘너는 살아 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본다. 그러니까 이런 세상에서 살아 있음은 과연 어떤 뜻일까. 영국판 블루레이의 부록이라곤 달랑 예고편 하나다. 이런 게 저예산영화의 초라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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