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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영화를 향한 간절한 사랑

이란의 아미르 나데리 감독 신작 <컷>에 얽힌 사연

영화 <컷>의 주인공 니시지마 히데토시(왼쪽)와 감독 아미르 나데리(오른쪽).

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감독이 있다. 이란의 아미르 나데리 감독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모 밑에서 자란 그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청소년기에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1970년 데뷔작 <안녕 친구>를 시작으로 <하모니카>(1973), <달리는 아이들>(1985), <물, 바람, 먼지>(1989) 등 이란 영화사에 남는 걸작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필모그래피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다리우스 메흐르지,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과 함께 그를 이란 뉴웨이브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엄격한 검열로 종종 작품 상영이 금지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뉴욕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작품활동 때문에 생계에 곤란을 겪을 아내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주고 이혼을 하고 만다. 이후 뉴욕에서 <A, B, C 맨해튼>(1997, 칸영화제 초청), <사운드 베리어>(2005, 트라이베카영화제 초청), <라스베이거스의 꿈>(2008,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등을 만들었다.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다. 그리고 현재 그는 일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일본 배우와 스탭들과 함께 신작을 찍고 있다. 제목은 <컷>. 주제는 영화에 대한 절절한 찬가이다. 주인공 슈지는 가난한 독립영화 감독. 야쿠자인 그의 형은 빌린 동생의 영화제작비를 갚지 못해 살해당한다. 야쿠자 조직은 그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돈을 갚을 길이 없는 슈지는 인간샌드백이 되어 돈을 갚아나가기 시작한다.

아미르 나데리는 2002년 도쿄필름엑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일본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등과 친구가 되었고, 언젠가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2011년의 <컷>이다. <컷>은 이전의 그의 작품처럼 저예산영화이며, 주인공 역을 맡은 니시지마 히데토시, 다카코 도키와는 무보수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미르 나데리 감독의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나머지 후반작업을 한국에서 할 계획이다. 애초에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배우 안성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려고 했었다. 2002년 당시 안성기가 도쿄필름엑스영화제 심사위원장일 때 만나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그 계획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러나 후반작업을 한국에서 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영화에는 슈지가 어려운 고비의 순간마다 거장들의 묘를 찾아 위안을 얻고 각오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짐작대로 그 모습은 아미르 나데리 감독 자신의 모습이다. 지난해 촬영을 시작하기 전,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오즈 야스지로의 묘를 찾아 성공적인 제작을 기원했었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슈지가 돈을 갚기로 한 마지막 날, 모자라는 돈만큼 구타를 당하면서 슈지는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100편을 떠올리면서 고통을 이겨낸다. 그리고 그 100편은 자막으로 소개된다. 역시 짐작하는 대로 그 100편은 아미르 나데리 감독 자신의 리스트이다. 지금도 아미르 나데리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밤 자기 전에 한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 가히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 부를 만하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기도 하다. 때문에 <컷>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 철철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현재 이 작품에 베니스영화제의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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