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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32년 만에 부활, 복수는 약해지고 고문은 세지고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I Spit on Your Grave (2010)

감 독 스티브 R. 먼로 상영시간 108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없음 / 출시사 Anchor Bay Entertainment 화질 ★★★☆ / 음질 ★★★☆ / 부록 ★★☆

할리우드 리메이크 열풍 속에서 굳이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심이 드는 영화가 한편 끼었다. 저 영화를 대체? 무엇 때문에?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던 주인공은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장르영화를 좋아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랜 시간 악명을 떨치며 끊임없이 회자가 되던 그 영화다. 강간과 복수라는 단순 명료한 테마에 놀랍도록 충실한 <네 무덤에…>는 그 응집력이 대단했다. 여기엔 새로운 이야기나 설정이 끼어들 만한 여지가 없다. 당연히 재해석 따위는 당치도 않다. 누가 만들어도 동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진심어린 우려 속에 <네 무덤에…>는 32년 만에 부활했다.

기본적인 구성과 사건은 오리지널에 충실하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 제니퍼는 소설가로 한적한 시골의 산장을 빌려 글을 쓰고자 한다. 처음 며칠은 아무 탈 없이 지나갔지만 마을의 양아치들이 호시탐탐 그녀를 노린다. 점점 불안감에 빠져드는 제니퍼. 어느 날 밤 양아치들이 산장으로 몰래 숨어들면서 그녀는 헤어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 무자비한 폭행과 강간이 자행되고, 만신창이가 된 제니퍼는 피의 복수에 나선다. 오리지널과 똑같은 이야기다. 영화의 소재가 어떤 변화도 주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미 보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단지 강산이 세번 바뀌는 세월의 변화로 사소하게 바뀐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캠코더가 등장하고, 등장인물이 늘어났다. 제니퍼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늘 조깅을 빠트리지 않을 정도로 활동적이다. 이런 행동에서 그녀의 복수도 더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영화의 절반이 지나면 복수의 과정만 남고 리메이크 영화로 마땅히 해야 할 변화가 등장한다. 오리지널이 아무리 악명이 떨쳤다고 한들 폭력의 수위는 요즘 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리메이크의 복수는 훨씬 더 잔혹하게 변화했다. 그녀는 자신이 당한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데, 그 방법이 소름이 끼칠 만큼 끔찍하다. 욕조에 염산을 채운다. 기절한 남자를 욕조에 걸쳐둔 나무판자에 엎어놓는다. 남자가 정신이 들면 나무판자를 치운다. 욕조엔 염산이 채워져 있고, 남자는 허리 힘으로 간신히 버틴다. 야구 방망이로 적당히 만져주면 버티고 버티다 욕조 속으로 머리를 처박는다. 다시 허리를 들고 버티다 처박히는 식으로 피부가 녹아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게 전부일 순 없다. 성기를 자르고, 샷건을 항문이 찢어지도록 쑤셔넣는 등 다양한 테러가 가해진다. 강도가 세다 보니 복수가 아닌 고문을 위한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제니퍼는 작가라기보다는 노련한 고문 기술자에 더 가깝다. 직쏘라고 한들 꿀릴 것이 없다.

<네 무덤에…>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폭력장면 덕분에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었다. 오리지널이 끔찍하지만 한편으론 후련한 복수영화였다면 리메이크는 복수의 쾌감이 제거된 고문영화의 느낌이 더 강하다. 왜 리메이크를 했을까? 배가된 시각적인 잔혹함과 회색빛 색채의 영상은 끊임없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된다. <네 무덤에…>는 장르 본연의 색깔에 충실한 영화다. 한동안 대중적 취향의 공포영화들이 많았는데, 이 리메이크는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골수 장르팬들을 공략한다. 다수에겐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이 영화에 열광할 만한 팬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할리우드에서 내놓은 의미있는 리메이크 호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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