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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코 친초로의 풍광과 그곳의 느긋한 일상 <알라마르>
강병진 2011-05-18

<알라마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수입해 개봉하게 된 영화다.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만큼, 예술영화 마니아가 주 대상으로 보이지만, 실제 <알라마르>의 관객층은 5월을 맞이한 가족관객까지 포함한다. 영화가 비추는 대상은 이별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이다. 멕시코 출신의 남자 호르헤(호르헤 마차도)는 이탈리아 여자인 로베르타(로베르타 팔롬비니)와 사랑을 나눈 뒤, 아들 나탄(나탄 마차도 팔롬비니)을 낳는다. 하지만 로베르타는 도시로 떠나려 하고, 호르헤는 자연에 머물기를 원한다. 나탄은 엄마와 로마로 떠나기 전, 아버지와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인 멕시코의 반코 친초로.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까지 부자 삼대가 이곳에서 매일 하는 일이란 낚시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잠을 자는 것이다.

<알라마르>는 아버지와 아들이 부자의 정을 쌓는 가족영화인 동시에 <오션스> <지구> 등과 견주어볼 자연다큐멘터리다. 페드로 곤잘레스-루비오 감독은 급격한 도시화를 겪고 있는 멕시코의 상황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극중의 아버지와 아들은 관객의 눈길을 이끄는 드라마틱한 요소인 셈이고, 영화가 정말 담고 싶어 했던 것은 반코 친초로의 풍광과 이곳의 느긋한 일상인 셈이다. 감독은 반코 친초로를 찾아 호르헤를 만났고, 그의 사연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도시에 살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알게 됐다. 영화에서 호르헤는 매일 낚시를 하지만 실제 그는 가이드로 돈을 버는 사람이며, 나탄이 엄마와 로마로 가게 됐다는 설정 또한 극적인 흐름을 위해 설정한 부분이다. 감독은 사운드를 담당한 스텝과 함께 매일 그들과 생활하며 촬영기간 동안 해야 할 일(배를 닦고, 낚시를 하는 등)을 일러주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물인 <알라마르>에는 유쾌함이 넘치는 낚시꾼으로서의 생활과 악어와도 이웃 주민처럼 지낼 수 있는 넉넉함 등이 자연에서 얻은 행복으로 묘사돼 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이 집으로 날아온 도요새와 우정을 나누는 장면은 영화의 형식뿐만 아니라 주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실제 감독의 계획에도 없었던 이 장면은 인간과 자연이 아무런 격의를 갖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다가간 카메라가 만들어낸 기적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본질적인 근원, 여기에 가족의 관계까지 끌어안은 풍부한 정서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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