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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김기영 데뷔작 '죽엄의 상자'>
2011-05-26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역시 데뷔작부터 기괴했다.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김기영(1919~1998년)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가 개봉된 지 50여 년 만에 26일 베일을 벗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공개 시사회를 통해서다.

'죽엄의 상자'는 1955년 개봉됐으나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작품이다. 김한상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이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찾아낸 것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2천400만원을 들여 복사본을 입수했다.

이날 공개된 '죽엄의 상자'의 필름 상태는 양호했으나 사운드가 없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는 민심을 교란하기 위해 남에서 활동하는 빨치산 대원(노능걸)과 경관(최무룡)의 대결을 그렸다. 외피는 반공영화지만 빨치산을 영웅으로 미화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개봉 당시 논란이 불거졌던 작품이다.

남파된 공작대원 박치삼(노능걸)은 남한의 시골마을을 찾아 정희(강효실)의 집으로 숨어든다. 정희의 오빠와 절친한 친구라고 가장한 그는 정희에게 화장품을 선물하고, 정희의 어머니에게 거액을 주면서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다. 정희의 남자친구 조순택(최무룡)은 치삼이 정희의 집에 머무는 걸 마뜩찮게 여긴다.

치삼이 산속의 공비 아지트와 접선을 하면서 거사(?)를 준비하던 중 귀향군인(강명)이 폭탄이 든 유골상자를 들고 나타나면서 마을은 일순 긴장감에 휩싸인다.

영화는 김 감독의 표현주의적 색채가 도드라진다. 닭목을 자르거나 닭털을 뽑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커트와 커트의 장면 전환도 빠르고 섬세하다.

상영전 김기영 감독의 장남인 김동원 씨는 "아버지께서 필름을 찾기 위해 직접 미 공보부까지 연락할 정도로 노력한 작품"이라며 "작품을 찾게 돼 돌아가신 아버지가 환생한 듯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으로서 무한한 기쁨이고, 영화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신상옥 감독의 '악야'(1952), 이강천 감독의 '아리랑'(1954), 유현목 감독의 '교차로'(1956) 등 195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데뷔작이 발굴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감독의 장편데뷔작이 발굴된 건 의미있는 성과라는 반응이다.

원로 영화평론가인 김종원 씨는 "사운드가 없는 절반의 성공이어서 아쉽지만, 주요 감독들의 데뷔작이 한 편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다음 달 19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를 통해 '죽엄의 상자'를 비롯, 김 감독이 미국 공보부에서 찍은 중단편 '수병의 일기' '사랑의 병실' '나는 트럭이다'를 공개한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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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