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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찬양과 질문이 그려낸 서로 다른 두 세계
장영엽 2011-06-02

<앙드레 브라질리에 & 에티엔느 아세나전>

앙드레 브라질리에, (타르드누아의 눈), 2010, Oil on canvas, 73x100cm

<앙드레 브라질리에 & 에티엔느 아세나전> 6월8일~30일 / 오페라 갤러리 / 02-3446-0070 지향하는 그림체는 비슷한데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그림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오페라갤러리에서 함께 전시를 여는 두명의 작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와 에티엔느 아세나의 작품이 그 좋은 예다. 두 사람은 24년의 나이 터울을 둔 프랑스의 선후배 작가다. 브라질리에(1929년생)는 ‘말 그림의 대가’로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거장이고, 아세나(1953년생)는 전세계의 미술 컬렉터들이 작품을 눈여겨보는 중견 작가다. 두 작가는 대상에 대한 명확한 묘사를 거부하고 작품의 인상이나 정서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명 모두 끝내주는 배색감각을 자랑하기도 한다. 프랑스 외무부가 재능있는 학생을 선발해 해외로 유학 보내는 ‘빌라 메디치’ 프로그램의 장학생(브라질리에는 로마 본토, 아세나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이었다는 이력도 겹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공통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두 사람의 그림은 판이하게 다르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브라질리에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연과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다. 그는 50여년 동안 회화 작업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센강 근처의 농가, 사랑하는 부인, 좋아하는 음악 등 자신이 “잘 아는 것”을 꾸준히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브라질리에가 바라보는 세계는 그가 즐겨 그리는 말처럼 온순하고 청신하다(물론 작품도 마찬가지다). 반면 아세나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캔버스와 자신이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해체하고 다시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세계에 대해 치열한 질문을 던진 뒤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인지 아세나의 작품은 고독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거칠게 비교하면 브라질리에는 유럽풍 회화의 목가적인 온화함을, 아세나는 미국풍 회화의 황량한 정서를 이어받은 듯하다. 이처럼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 안에 두고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이 이 전시의 매력이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16점이, 에티엔느 아세나의 작품은 13점이 소개된다. 아세나의 회화는 국내 최초 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