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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사랑과 저항으로 시대를 통과한 영웅, 갱스부르

<갱스부르> Gainsbourg (Vie heroique)(블루레이) (2010)

감독 조안 스파상영시간 122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TS HD 5.1, PCM 2.0 자막 프랑스어,영어 / 출시사 옵티멈홈엔터테인먼트 화질 ★★★★☆ / 음질 ★★★★☆ / 부록 ★★★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갱스부르가의 세 주인공이 화제의 최전선으로 한꺼번에 복귀했다. 딸 샬롯 갱스부르가 먼저 관심을 모았다. 그녀가 주연으로 나선 <안티크라이스트>는 그해 칸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영화였다(피는 못 속인다고, <안티크라이스트>의 스캔들은 그녀의 부모인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가 <애욕>과 주제곡 <사랑해요, 난 더이상 아냐>로 불러일으킨 충격을 재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제인 버킨과 자크 리베트가 함께한 <작은 산 주변에서>는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됐다(나는 이 영화가 <안티크라이스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녀는 나란히 신작 음반을 발표해 가수 활동 또한 이어갔다. 모녀가 이끈 퍼레이드의 정점을 찍은 건 세르주 갱스부르였다. 그의 음반들이 음악계에서 여전히 고전으로 취급받는 것과 반대로, 영화쪽에서 그의 이름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었다. 그러던 2010년 1월, <갱스부르>가 프랑스에서 개봉됐다. 지난 1991년에 세상을 떠난 세르주 갱스부르를 은막 위로 다시 불러낸 것.

1940년대 파리, 소년 루시앙은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운다. 아버지처럼 평범한 피아니스트로 사는 게 싫은 소년은 아버지의 바람에 맞선다. 아트스쿨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던 루시앙은 나치의 프랑스 공격 이후 가혹한 상황에 직면한다. 전후 루시앙은 피아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그림 작업에 매달린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음악가의 삶으로 인도한다. 이름을 세르주로 바꾼 그는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유명 가수와 만나면서 점차 명성을 얻는다.

갱스부르의 전기영화를 적당히 만드는 건 쉽다. 20세기 프랑스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그만한 유명인이 드물 뿐 아니라, 스캔들로 악명 높은 삶을 늘어놓기만 해도 어지간한 흥미를 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갱스부르>에도 그의 유명세를 낳은 사건들이 들어 있다. 줄리엣 그레코, 브리지트 바르도, 프랑스 갈 같은 연예인과의 관계, 프랑스 국가를 레게풍으로 소화해 국수주의자들의 항의를 산 일, 술과 담배의 아이콘으로 남긴 이미지 등이 영화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감독 조안 스파르에 주목하자. 코믹스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해온 그가 평범한 영화로 데뷔할 리 없지 않은가. 그는 부제목으로 ‘영웅적인 삶’을 붙여두었고, 따로 ‘조안 스파르가 쓴 동화’임을 밝혀놓았다(버킨의 말에 의하면 후자는 유가족의 뜻을 따른 것이라 한다). 이전부터 코믹스를 통해 ‘갱스부르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표현했다는 그는 ‘러시아식 동화에 가까운 현대의 전설’을 완성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영화 속 갱스부르는 주로 가족 및 연인과 은밀한 시간을 나눈다.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사랑을 나누는 시인, 스파르는 그런 모습의 갱스부르에게서 현대의 영웅을 발견한다. 사회와 인습은 그를 공격하고 괴롭히지만, 영웅은 사랑과 저항의 에너지로 시대를 통과한다. 스파르가 장기를 살려 영화에 초자연적 분위기를 심어놓았음은 당연하다. 갱스부르의 또 다른 자아가 등장해 대화를 나누고, 인형극과 애니메이션이 판타지를 부추기고, 몇몇 연주회 장면과 음악에 맞춰 편집된 영상이 신선한 뮤지컬을 도모한다. 그 결과 진실과 창조 사이에 선 <갱스부르>의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갱스부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법을 걸 거라는 사실이다. 오리지널보다 13분 짧은 편집 버전을 수록한 영국판 블루레이는 제작과정, 인터뷰, 예고편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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