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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음을 변화시킨 건 사건이 아닌 운명이다. <소년 KJ>

2002년 체코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KJ라는 11살의 피아노 신동인데, 아이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시간을 훌쩍 넘어 이제 카메라는 홍콩에 사는 17살의 KJ를 교차해 비춘다. 그는 천재라는 단어보다 우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의 외양에 더 가깝다. 6년 전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명문사립학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자격으로 소년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의 삶의 목표도 변했다. 그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은 사건이 아닌 운명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사건’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특이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적 선택은 극단적 평가를 불러올 여지가 있다. 몇몇 관객에게 아이의 삶은 선명한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관객에게 이는 그저 심심한 개인의 기록으로 치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소년 KJ>가 사용한 시간의 점프컷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관객은 변증법적으로 주인공의 변화를 조합할 필요가 있다. 청킹와이 감독은 조금 번잡하고 우스꽝스러울 것을 각오하고 KJ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도록 연출했다. 한 인물의 내면에 천착하는 이런 식의 연출법은 꽤 성공적으로 목적한 바를 이룬다. ‘진실을 통해 목적한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이 다큐의 목표가 아니다. 대신 간접적으로 영화는 주제에 다가간다. 이를테면 영화의 말미에 KJ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언급을 곧이곧대로 믿을 관객은 없다. 그는 변할 것이 뻔하고, 그 변화가 그의 마음이 지향하는 바임을 이제 관객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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