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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에이브람스, 그의 천재적인 재능의 유쾌한 탕진 <슈퍼 에이트>
김도훈 2011-06-15

이건 서커스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은 ‘슈퍼 8’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70년대 아이들의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에이리어 51’에서 기차로 운반되던 중 탈출한 괴물영화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두 이야기를 합치기로 한다. 거기다가 80년대 스필버그 사단과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특히 <E.T.>의 오마주도 한번 해보고 싶다.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애초에 포기했을 이야기다. 그러나 <슈퍼 에이트>의 감독은 J. J. 에이브럼스다. 그는 떡밥의 천재일 뿐만 아니라 원체 이야기를 배배 꼬거나 이어붙이며 노는 데 능한 남자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79년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릴리안. 조이(조엘 코트니)는 아마추어 감독 지망생 찰스(라일리 그리피스), 마틴(가브리엘 바소), 캐리(라이언 리), 프레스턴(작 밀스), 앨리스(엘르 패닝) 등과 함께 ‘슈퍼 8’ 카메라로 좀비영화를 찍어 영화제에 보낼 계획을 세운다. 밤에 몰래 기차역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도중 아이들은 미공군의 운송열차가 갑자기 선로에 뛰어든 자동차와 충돌하면서 전복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제 기차에서 빠져나온 괴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모으기 시작하고(지능이 있다는 소리다!), 군대는 괴물을 잡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교외로 이주시킬 작전을 펼치고, 아이들은 괴물에게 납치당한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 불바다가 된 마을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미국에서 공개되자마자 평자들은 ‘<클로버필드>가 <E.T.>와 만났을 때’라는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더도 덜도 없이 적절한 표현이다. J. J. 에이브럼스는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의 80년대 고전들에 가슴 벅찬 오마주를 보내는 동시에, 더없이 빠르고 저돌적인 동세대의 오락거리를 만들어냈다. 다들 괴물의 정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겠지만 스포일러가 그다지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J. J. 에이브럼스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즐기던 70년대의 기분을 관객에게 선사하기 위해” 비밀 마케팅을 펼쳤다지만 <슈퍼 에이트>는 60년대 B급영화의 매력을 대중영화의 화법 속으로 끌어왔던 80년대 엠블린 엔터테인먼트 영화들을 21세기의 감각으로 재창조한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상당히 고전적인 오락영화라는 소리다.

물론 이 ‘너무 많이 본 남자’가 이어붙인 이야기와 리듬이 태생적으로 어쩔 도리 없이 가끔 삐걱거리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슈퍼 에이트>는 <스탠 바이 미> 같은 성장영화고, <구니스> 같은 모험영화이며, <E.T.>와 <미지와의 조우> 같은 외계인영화인 동시에 <클로버필드> 혹은 오리지널 <고지라>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괴물영화다. 이 모든 것은 어쩌면 한 영재 감독이 자신의 취향을 끌어모아 누덕누덕 기워붙인 패스티시일 수도 있다. 그게 중요한가? 그러거나 말거나 J. J. 에이브럼스는 신명나게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을 두손 위에 올려넣고 놀아젖힌다. 끝내주는 재능의 유쾌한 탕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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