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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프리카
2002-01-08

시사실/아프리카

■ Story

여대생 지원(이요원)과 배우 지망생 소현(김민선)은 고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로 의기투합한다. 소현의 남자친구에게서 빌린 고급 승용차를 몰고 강릉으로 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차 안에서 권총 두 자루를 발견하게 되고. 급기야 이 총 때문에 원치 않은 사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 총은 바로 강력계 형사 김 반장과 조직의 중간 보스가 도박판에서 판돈 대신 잃은 권총으로, 두 사람은 총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원과 소현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지원과 소현의 탈주 행각에 영미(조은지)와 진아(이영진)가 합세하게 되고 과연 여성 4인조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Review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레닌의 말이 아니더라도 물리적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힘센 자와 약한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기존의 파워관계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총은 한바탕 소동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된다. 한 소심한 남자가 우연히 총을 얻게 된 뒤 180도 인생이 달라지는 김의석 감독의 <총잡이>가 그렇고, <투캅스>나 <델마와 루이스> 등의 주인공들 역시 총 한 자루에 인생이 바뀌었다.

영화 <아프리카>는 바로 이 총을 가진, 그것도 우연하게 총을 가지게 된 네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는 보는 도중 많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한다. 처음에는 <델마와 루이스> 분위기로 시작한 영화는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신라의 달밤>을 패러디하는 코미디영화로 방향전환을 하다, 다시 <돈을 가지고 튀어라>의 여성 버전이 된다. 그렇다고 <아프리카>가 앞의 영화에 필적할 만한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아프리카>의 주인공들의 행동과 사건은 개연성이 없다. 가부장제 사회의 희생양이며 그것에 대해 톡톡히 반기를 들 것 같은 여자들은 정작 산 속에서 씨름선수를 가장한 조폭들을 만나자 김치를 담가 바치는 식이다. 총 한 자루에 목이 왔다갔다하는 형사와 조폭이 주인공들을 추격하고 만나는 것 역시 우연의 연속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젊은 여주인공들은 강도행각을 벌인 돈으로 고급 옷을 사입고 호화 호텔을 넘나든다. 꽃을 든 남자, 총을 든 여자. 캣 벌루의 제인 폰다와 니키타의 여전사는 어디로 가고 고작해야 한국의 4인조 여성들은 총질 한방 끝에 성형미인이 되는 꿈을 꾸는 것인가.

<아프리카>에 나오는 이요원과 조은지, 김민선과 이영진 등은 각기 <고양이를 부탁해>와 <눈물> <여고괴담2> 등의 수작에서 호연을 펼친 여배우들이다. 이들은 흥미롭게도 자신의 데뷔작에서 이 사회의 소외된 그리고 일탈적인 여성타자들을 대변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그녀들은 악녀도 아니고 여전사도 아닌 엉거주춤한 철부지로 한데 엉겨버리고 말았다. 과연 이들의 젊음과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담보로 신승수 감독은 무엇을 한 것인가?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었다.

심영섭/영화평론가 kss1966@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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