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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이제야 연기 밑천 본 느낌">
2011-06-14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배우 이상윤은 지난 1년 반 동안 쉴틈없이 달렸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시작으로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톱스타 김혜수와 호흡을 맞췄고 '짝패'를 통해 사극을 맛봤다.

그사이 서울대 출신 모범생으로만 보였던 청년에게서 배우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13일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채워가야할 게 많다"며 지나온 길보다는 가야할 길에 마음을 쓰는 듯했다.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배우다웠다.

"세 작품 모두 저를 알리고 연기적으로 해보고 싶던 걸 많이 해 본 작품 같아요. 이것저것 다 경험하면서 이제 밑천을 봤으니까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극중 인물이 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던데 제가 실제 그 인물이 돼가는 걸 수도 있고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됐든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게 좋아요."

최근 종영한 '짝패'에서 그는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관리 귀동을 연기했다. 데뷔 후 첫 사극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다. '짝패'가 현대적 감각의 사극을 표방한 터라 기존 사극과 다른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이런 이유로 그는 초반 어색한 대사 처리와 경직된 표정으로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스스로도 "처음에는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며 "연기적인 밑천이 드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소위 말하는 사극의 느낌을 갖고 임했는데 감독님이 사극이란 의식을 버리고 편하게 해달라고 주문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섞는 게 힘들었어요. 사극과 현대극의 느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제 연기의 깊이가 얕아서인지 연기를 하면 모 아니면 도가 나오더라고요. 초반에 욕을 먹었던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왕 발가벗겨졌으니까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를 배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상윤은 '짝패'에서 친구이자 동지인 천둥으로 나온 천정명과 연기 대결을 펼쳤다. 극중에서 뒤바뀐 운명의 상대로 나오는 데다 둘다 훤칠한 외모에 나이도 비슷해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그러나 그는 "라이벌 의식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며 "형 성격도 그렇고 나도 막 치열하게 칼날을 세우면서 경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웃었다.

"경쟁심리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같이 만들어가야 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서로 자꾸 봐야 의식이 되고 그럴 텐데 드라마 구성상 초반에는 각자 생활공간에서 이뤄진 얘기가 많았기 때문에 서로 붙는 장면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촬영을 하면서 라이벌 심리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천둥의 죽음으로 끝난 결말에 대해 그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본다"며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다 행복해진 게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바란 것은 귀동의 죽음이었다.

"귀동은 시대 흐름에 반하는 인물이에요. 감독님도 의적들은 실패하는 게 맞지만 의로운 관리가 행복한 결말을 맞기는 어렵지 않나 하셨어요. 작가님은 귀동을 살려서 희망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원하셨죠. 저는 귀동이가 죽어야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그는 1년 반동안 세 작품을 하면서 '엄친아' 캐릭터를 털어버리려 했다.

"그전부터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그런 역할들을 더 찾았던 것 같아요.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게 있다면 더 선택하고 싶었어요. 작은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는 초반에 말썽꾸러기 아들일 거라고 들어갔는데 김수현 선생님이 너무 예쁘게 봐주셔서 그런지 하다보니 너무 좋은 아들이 돼버려 있더라고요.(웃음)"

이상윤은 최근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남상미와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내가 연애를 안 한지 좀 오래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다. 연애 좀 해라라고 했는데 드디어 한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상미에 대해 "그는 잘 통하는 게 좋았다"며 "얘기를 하고 장난을 쳐도 주고 받는 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교제 사실이 알려지는 걸 좀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편하게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전에는 아무래도 둘이 밥 먹으러가도 말이 나올까봐 걱정스러웠거든요. 지금은 가능하면 편하게 다니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렇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해요."

그는 남상미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보니 부모님들이 좋아하지만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할 단계는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 이상윤과 남상미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절친한 동료 배우 송창의의 열애 소식이 전해졌다.

이상윤은 "사실 넷이서 자주 만났다"며 "외국에 있을 때 지인의 문자를 통해 소식을 들었는데 제 교제에 대해 기자 분들이 알아보다 걸린 게 아닌가 싶어 미안했다"며 웃었다.

그는 2학기 서울대 물리학과로 복학할 계획이다. 두 학기를 마쳐 졸업장을 받는 게 목표다.

여름 계절학기 수강도 고려할 정도로 학업에 욕심이 나지만 연기 욕심도 버릴 수 없단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거 같긴 합니다. 한 작품에서 연기를 아주 잘한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아직 그만큼 실력이 안 되긴 하지만 실력을 더 키워 그런 수준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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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