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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없는 게으른 좀비영화 <호드>
김성훈 2011-07-06

좀비 게임인 <레프트 4 데드>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호드>가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주인공이 여기저기서 쉴새없이 달라붙는 좀비 무리를 물리치는 게 <호드>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갱단에 살해당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경찰 4명이 갱단이 있는 건물을 습격한다. 이 사실을 눈치챈 갱단은 침입한 경찰 무리를 잡는다. 경찰을 처단하려던 중 이들은 갑자기 건물 밖에서 나타난 좀비의 공격을 받는다.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갱단은 건물 밖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좀비떼가 몰려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찰을 살려두기로 결정한다. 어울릴 수 없는 두 집단, 경찰과 갱단이 좀비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는다.

사실 <호드>에서 줄거리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얀닉 다한 감독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1996년작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외려 <호드>는 위에서 언급한 좀비 게임에 더 가까운 영화다.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화면은 게임처럼 관객을 좀비들과의 전쟁터로 안내한다. 주인공 일당이 좀비를 향해 기관총 세례를 퍼붓는 장면에서 화끈한 쾌감을 경험할 수 있고, 총알을 맞고도 다시 일어나 달려드는 좀비들의 공격은 제법 오싹하고 징그럽다. 그런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영화의 중반부까지만 해당된다. 워낙 이야기가 엉성하고 캐릭터마다 성격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탓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좀비를 물리치는 쾌감은 줄어들고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길게 느껴진다. 놀라운 건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호드>는 게으른 좀비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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