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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판판판] <풍산개> 아니 <아리랑>을 걱정하며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1-07-18

김기덕 감독, 장훈의 <고지전> 개봉 앞두고 또한번 스크린 독과점 문제 제기

김기덕(사진) 감독의 <아리랑>이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 같은 날 개봉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은 정말 소문이 됐고, <아리랑> 대신 김기덕 감독의 편지가 공개됐다. 지난 7월14일, 김기덕 감독은 <트랜스포머>를 비롯해 <고지전> 같은 대작영화들이 작은 규모의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뺏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송했다.

“한 수입영화가 한국 극장 60%인 1400개를 걸어 놀랍고 충격적이었다”고 운을 띄운 그는 “설마 한국영화는 안 그렇겠지 했는데 곧 개봉하는 전쟁영화가 7월21일 개봉에서 20일로 당기고 그것도 모자라 2, 3일 전부터 약 180개 극장에서 2회씩 변칙 상영한다고 하는데 몇개 남은 극장을 간신히 입소문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풍산개>를 비롯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도 않나봅니다”라고 적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에도 그는 당시 <괴물>이 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장악했다는 점을 비판했었다. 물론 이번 성명이 장훈 감독과 <고지전>의 배급사인 쇼박스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리랑>을 통해 장훈 감독에게 “떠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을 때와도 다른 분위기다.

김기덕 감독은 “이 지면을 빌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첫 번째는 장훈 감독에 대한 부탁이다. “장훈 감독의 새 영화 개봉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능력이 있는 만큼 좀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저를 아쉽게 떠난 장훈 감독과 송명철 PD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여러분에게 감독과 PD의 기회를 드린 것처럼 어디선가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을 ‘돌파구’ 멤버들을 다시 모아 저를 대신해 이끌어주시고 당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돌파구’는 김기덕 감독의 제자 출신인 감독과 스탭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김기덕 필름의 전윤찬 PD는 “한국영화시장을 돌파해보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부탁은 쇼박스를 향한 것이다. “저예산영화도 적극 제작 지원하여 좋은 신인감독을 많이 발굴해주시길 부탁하고, <풍산개> 같은 소규모 자본의 영화들을 몇명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극장이 줄어들지 않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뜻 장훈 감독과 쇼박스를 겨냥하는 듯 보이지만 <풍산개>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자조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전윤찬 PD는 “김기덕 감독님의 말은 쇼박스와 장훈 감독이 아니라 사실상 대기업 영화배급사 전부를 향한 이야기”라며 “장훈 감독에게도 함께했던 어려운 시절을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한 부탁이었다”고 전했다. “<아리랑>에서도 대놓고 장훈 감독이 배신자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지신 것 같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제자들을 이끌어줄 수 없으니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 그들을 살펴달라는 말이셨을 거다. 장훈 감독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둘 다 있다.” 그들의 갈등이 품고 있는 진실과 김기덕 감독의 진짜 속내까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시장의 기형적인 시스템을 은유하는 상징적인 관계일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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