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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염소 오디션까지 봤어요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1-07-19

<아기 염소를 지켜라!>의 열네살 류고 나카무라 감독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니 교복을 입은 소년이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열네살의 류고 나카무라 감독이다. 그는 시골 할머니댁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던 염소를 식용으로 잡아먹는 광경을 목격한 도시 아이의 딜레마를 그린 <아기 염소를 지켜라!>를 들고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찾았다. 류고 나카무라의 영화를 단지 청소년영화제에 어울리는 밝고 귀여운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씨네21>이 그를 만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작품은 <링>을 제작한 센토 다케노리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는 등 일본 영화계의 프로 스탭들이 참여하고 오키나와 출신의 중견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짜임새있는 장편영화다. 이런 경우는 소년 감독의 고향 오키나와 영화계에서, 혹은 일본 영화계를 통틀어 거의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 류고 나카무라 감독의 나이는 겨우 열세살이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를 떠올리게 하는, 어쩌면 십년 뒤 더 자주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모를 어엿한 신인 소년 감독을 만났다.

-첫 장편영화다. 단편 <염소의 산책>의 모티브를 발전시킨 작품이라고 들었다. =시작은 2009년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 시나리오 공모전이었다. 당시 공모전 주제가 ‘오키나와 관광 진흥’이었는데, 내 시나리오 <염소의 산책>이 당선되면서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받게 됐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본 영화계 관계자분이 이 작품을 장편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연출하게 됐다.

-<염소의 산책>은 어떻게 구상했나. =염소 고기를 먹는 건 오키나와만의 특별한 문화다. 공모전을 준비하며 오키나와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고 고민하다가 우리 할아버지가 자주 염소 고기를 드시던 것이 생각나 30분 만에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장편영화 버전에선 도시와 시골 마을이 더 강하게 대비되길 원했다. 로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인공 소년처럼 오키나와의 도시, 나하 출신이다. 도시 소년으로서 평소 염소 고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좋아하진 않지만 거부감도 없다. 영화 속 오키나와의 북부 시골 마을처럼 염소를 키워서 잡아먹진 않지만 나하에도 염소 요리 전문점이 많다.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양념이 입에 맞는 집의 요리는 잘 먹는다. (웃음)

-염소가 영화 내내 뛰어다니더라. 컨트롤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처음엔 오키나와의 온갖 염소 목장을 돌아다니며 ‘염소 오디션’을 봤다. 그래서 생김새가 예쁘고 온순한 염소 두 마리를 캐스팅했는데, 염소는 강아지처럼 머리가 좋고 잘 따르는 동물이 아니라서 먹이를 놓고 유인하거나 아예 풀어놓고 카메라가 그들을 뒤쫓아가는 방식으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 노트를 보니 일반 저예산 상업영화 규모의 스탭들이 참여했더라. 일본 영화계에서 프로로 활동하는 이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굉장했다.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학교 친구들과 늘 함께 작업했는데,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스탭들과 각본 작업하는 방법, 스토리 라인 잡는 방법, 영화에 필요한 기법 등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첫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힘들었다. 전문적인 영화 용어와 촬영 기법을 모르니 내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움직이며 설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프로들이라 그런지 금세 적응하고 도와주시더라. 이 경험이 앞으로 영화를 찍을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30여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연출에 매력을 느끼게 됐나. =굉장히 짧은 단편까지 합치면 100여편 만들었을 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에 있던 캠코더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영화 찍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렇게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있어서 만든다. 한 작품을 만들고 나면 다음번엔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긴다. 그러다보니 연출 기회도 늘어나는 것 같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편인가보다. =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다. <아기 염소를 지켜라!>를 마친 지금도 동시에 여러 편의 영화를 구상 중이다. 하나는 바나나 유령에 관한 호러영화고(웃음), 하나는 멸종 위기에 처한 듀공이라는 동물에 대한 영화다. 잘 나타나지 않는 동물이라 요즘 계속 바다에 나가서 무작정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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