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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합체의 미학, 변신의 스펙터클

<트랜스포머3>를 보다가 문득 킹라이온과 스페이스간담V를 떠올리다

정교하고 복잡하게 변해온 변신합체 로봇. <스페이스 간담 V>(1983)와 <트랜스포머3>(2011)의 포스터(왼쪽부터).

누구나 기원에 대한 각자의 경험담이 있게 마련이다. 고백건대 나에게 ‘변신’과 ‘합체’라는 로봇물의 신천지를 보여준 최초의 존재는 ‘킹라이온’이었다. 1981년에 제작된 일본 TV애니메이션 <백수왕 고라이온>에 등장했던 변신합체 로봇. 국내에는 아카데미과학이 ‘킹라이온’이라는 이름으로 프라모델을 출시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다섯 마리 사자가 한몸으로 합체되다보니 킹라이온의 전체적인 형태는 비례가 어긋나 약간 기우뚱한 상태였다. 하지만 메커닉의 디테일은 소년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머리뿐만 아니라 팔다리까지 사자 머리로 보철한 모양새는 합체의 방법론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장식미학의 정점처럼 보였다.

곧바로 그 뒤를 이어 변신의 스펙터클을 체험케 해준 것은 ‘스페이스간담V’였다. 1983년에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이 로봇은 주지하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발키리’ 로봇 디자인을 베낀 것이었다. 그 덕이었을까? 뽀빠이과학에서 제작한 프라모델은 마징가류의 원통형 로봇과는 전혀 다른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매스들이 관절을 통해 정교하게 연결되었고, 로봇의 근육질 육체는 이런 조립과정의 반복을 거쳐 완성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진짜 볼거리는 그 다음이었다. 로봇의 몸을 구성하던 매스들이 용틀임을 거듭하며 F-14 톰캣과 유사한 가변익 전투기로 변신하는 과정이 그것이었다. 실제로 그 광경을 지켜본 몇몇 아이들은 로봇이 무엇으로 변신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변신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전까지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기능 중심의 승리 지향적인 세계관이 맥없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거의 사반세기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 1978년생 작가 배명훈은 단편 SF소설 <변신합체 리바이던>에서 어느 여조종사의 입을 빌려 변신합체 로봇 변천사를 서술한다. 이족 보행 로봇과 단순 합체 로봇의 발명으로부터 변신 메커니즘의 혁신을 거쳐 “궁극의 기체”로 불리는 53만 대합체 로봇 ‘리바이던’까지. 흥미로운 것은 이 변천 과정의 기념비적인 전환점이었던 100기 합체 로봇의 공식 명칭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기술이나 기계의 이름들이 나열된 그 이름은 다음과 같다. “슈퍼 울트라 다이내믹 하이퍼 파워, 네오 그레이트 코스모 마하 제트, 프라임 바이오-티타늄 일렉트로-나노-뉴로 플래티늄, 알케인 소닉 메타피지컬 드라이브, 자이언트 아쿠아 가디언 다이노 메커닉 블레이드, 제로비트 그라비티 트랜스스피릿 나치오 시너지 부스팅 엔진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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