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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영화의 공식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7광구>
김도훈 2011-08-03

거두절미하고 괴물영화다. 제주도 남단 7광구의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는 대원들이 매일매일 힘든 시추작업을 거듭한다. 그러나 시추작업에는 도무지 진전이 없고, 본부는 철수 명령을 내린다.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해준(하지원)은 철수를 위해 이클립스호에 도착한 캡틴 정만(안성기)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호소한다. 주어진 시간은 한달. 그런데 문제는 석유가 아니다. 먼저 해준과 해저 파이프를 수리하던 막내 대원이 사고로 죽고, 해저 생태 연구원 현정(차예련)은 추락사한다. 일행은 이 모든 죽음이 곧 인간의 짓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7광구>는 할리우드 괴물 장르로부터 자양분을 얻은 영화다. 산유국의 꿈이라는 설정이 존재하지만 <괴물>처럼 어떤 정치적 함의를 드러내거나, 그걸 영화적인 재미로 버무려내는 법이 거의 없다. 도전은 간단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얼마나 장르적으로 잘 뽑아내느냐다. 영화를 보노라면 참고 목록은 끝없이 쏟아진다. 무엇보다도 <에이리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바로 그게 <7광구>의 딜레마다. 한정된 공간의 괴물영화라면 장르의 공식을 제대로 따라가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7광구>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장르의 기본 공식을 꼼꼼하게 참고하지 않은 느낌이 역력하다. 물론 탈출로는 있었을 것이다. <해운대>와 <> 같은 JK필름 블록버스터들은 한국적 신파와 유머를 무기로 장르와 자본의 한계를 돌파해왔다. 그런데 시추대원이라는 한정된 부류의 캐릭터들로는 도무지 JK필름의 무기를 발휘할 여력이 없다. 모팩이 근사하게 창조한 CG 괴물은 끝없이 물고 뜯고 달리고 불타오른다. 인간들을 대신한 애절한 고군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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