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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이웃집 여신, 가야금 여신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의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

첫 음반 《상사몽》은 퓨전국악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장 이상 팔리며 정민아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는 가야금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의 14박15일 동안의 파란만장한 버스킹(거리공연) 투어를 담은 음악다큐멘터리다. ‘정민아 밴드’의 일원인 퍼커션의 양현모, 베이스의 곽재훈, 그리고 정민아와 함께하기 위해 독립한 전 소니뮤직 마케팅 과장 김보경이 그 음악여행에 동참했다. 그녀를 만나 아름다웠던 버스킹의 추억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다큐멘터리인가. =최승호 감독님이 처음에는 가야금을 소재로 한 극영화를 만들려고 했고 나에게 자문을 구하시면서 처음 만나게 됐다. 인터뷰를 하던 중 우리 밴드 멤버들이 1/n 갹출해서 버스킹을 다닐 거란 얘기를 드렸고, 그걸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해서 시작됐다.

-촬영 전에 감독과 어떤 얘기들을 나눴나. =노인 코러스 그룹 ‘영 앳 하트 코러스’의 일상을 그린 <로큰롤 인생>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권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코러스를 통해 단합도 하고, 하여간 그런 과정이 재밌는데 그런 식으로 가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밝고 신나는 분위기로.

-작품을 본 소감은 어떤가. =일단 내가 ‘원톱’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생긴 거니까 영광스럽다. (웃음) 만드는 동안은 최승호 감독님이 정민아라는 펜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 다시 보고 있으니 각 지역에서의 공연들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버스킹 마지막 날도 생각난다. 스탭 5명, 우리 멤버 4명이 원래는 숙박도 식사도 따로 하고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친한 친구들끼리도 그렇게 14박15일 MT를 떠나진 않을 텐데. 그렇게 말 놓고 친구 먹고 그러면서 정이 들다보니 좀 울컥했다.

-1집 《상사몽》에도 실리고 다큐에도 나오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같은 기존 노래들을 선곡하는 데는 어떤 사연이 있나. =특별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기보다, 아무래도 가야금으로 그런 익숙한 노래를 연주하면 반응이 폭발적이다. 앙코르 들어올 때 일부러 그런 곡을 연주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거의 같이 따라 부르시고 흥겹게 박수치고 춤도 춘다. 그런 게 개인적인 전략이기도 하고. (웃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지역이 있나. =부산 용두산공원이다. 마치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공연이 잘돼서 그렇고 또 맨 처음 시골 평상 위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공연을 할 때, 딱히 정해진 장소가 있었던 게 아닌데 사람들이 의자를 각자 가져와 앉으면서 객석처럼 만들어져 좋았다. 또 편집된 장면 중에서는, 충주대학교 앞 한 놀이터에서 공연을 하는데 한 자취생이 과자랑 먹을 것들을 주며 사인을 받아갔을 때다. 평소 나의 팬이었는데, 공연 소리가 시끄러워 민원을 넣으려고 나왔다가 자기가 좋아했던 노래와 연주자가 있으니까 놀랐다는 거였다. (웃음)

-영화에서 언제나 여행을 함께하는 흰색 프라이드 승용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겠다. =오빠 차였는데 무서워서 운전을 못하겠더라. 결국 젬베 연주하는 현모가 핸들을 잡았는데 고속도로에서 100km만 넘어도 흔들거렸다. (웃음) 영화에 담기지 않은 장면 중에 진짜 웃긴 게 있었다. 워낙 오래된 차라 그런지, 좌회전할 때마다 에어컨에서 물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그걸 에어컨이 더워서 침 뱉는다고 표현했는데 한번은 카메라에도 침을 뱉은 적 있다. 영화에서 제3의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는데 나중에 안타깝게도 폐차시킬 수밖에 없었다.

-홍대 인디뮤직신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야금 여신’이라 불러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가야금은 홍대에 나밖에 없으니까 유리하다. (웃음) 좀더 친근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악기보다 특색있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난 5월에는 소히, 시와씨와 함께 ‘이웃집 여신’이라는 이름으로 합동공연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8월11일 개막한 제천국제영화제에서 공연을 가졌고 9월에 ‘C 클라우드’에서 ‘좋아서하는밴드’와 합동공연을 열고, 10월에 전주소리축제에 가고, 윈디시티와 함께 남한강에서 <저수지의 개들>을 만든 최진성 감독의 새로운 4대강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기 위해 조만간 ‘두 번째 달 바드’와 함께 낙동강으로 간다. <저수지의 개들>과 비교하자면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기억해달라, 하는 약간 정적인 느낌이다. 이번 수해를 겪으면서 또 얼마나 상처가 났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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