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cinetalk
[Cine talk] 나는 변하지 않았다, 환경이 변했을 뿐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1-08-23

SICAF 상영차 내한한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 신카이 마코토 감독

그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을 눈여겨본 관객이라면 그의 신작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에 다소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신작은 그림체, 주인공 이름, 배경 명칭 등 모든 게 이국적이다. 데뷔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를 비롯해 <별의 목소리>(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초속 5센티미터>(2007)에서 비 내리는 전철역 근처 상권, 출퇴근시간대의 일본 지하철역, 교실 안 등 지극히 평범한 일본의 일상을 그려온 그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혼자 스토리 구상, 시나리오, 작화, 편집 등 모든 과정을 도맡는 ‘자주시스템’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팀을 꾸려 작업을 했다. 7월21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개막작 상영차 내한한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물었다.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이하 <별을 쫓는 아이>)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아동문학 <피라미드 모자의 악몽>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피라미드 파워에 이끌린 한 아이가 지하세계 ‘아가르타’를 모험하면서 성장하는 줄거리의 이야기다. 그 동화작가가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한 걸로 유명하다. =맞다. 10살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작가가 소설을 쓰다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린 나이에 충격이었다. 다른 작가가 그 소설의 엔딩을 마무리했는데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몇 십년이 흐른 뒤, 내가 엔딩을 썼다면 이야기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계기도 있다. 2008년 <초속 5센티미터>가 끝난 뒤 잠깐 런던에서 살았다. 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일본이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사는 관객도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번 작품이다.

-나중에 완성된 엔딩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나. =학생운동인 ‘전공투’가 한창이던 1960년대에 쓰인 책이었다. 이야기의 주요 배경인 ‘아가르타’를 사회주의 이상으로 묘사하면서 끝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극히 사적인 생활이 중심이었던 이야기가 갑자기 사회주의 색깔이 가미되면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다.

-런던은 어쩌다가 가게 됐나.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최한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포럼 때문이었다. 외국을 여행한 경험은 많으나 체류한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3개월 어학연수만 하기로 했는데 살다보니 결국 1년 반 정도 머물게 됐다.

-그곳 생활이 궁금하다. =매일 영어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마치면 공원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거나 박물관에 갔다. 학창 시절에는 어땠냐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대체로 집에서 그림 그리며 현실을 도피하곤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런던에서 몇몇 단편 작품을 그렸다.

-외국 생활 때문일까. 일본적인 색채가 강했던 전작과 달리 <별을 쫓는 아이>는 지브 리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초속 5센티미터>는 어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반면 이번 작품은 어린 관객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 사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는 전통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작업은 지브리라기보다 어린 관객에게 익숙한 전 세대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를 이어받았다.

-아스나는 당신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능동적이고 활발한 여주인공이다.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등 전작의 여성주인공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았다.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그 점에서 <별을 쫓는 아이>는 일본사회가 익숙하지 않는 외국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전작의 주인공들은 늘 혼자였다. 그들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없었다. 반면 아스나에게는 엄마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런 유행이 있었다. 나처럼 개인의 내부만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처럼 아예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 세계를 다루거나. 가족과 국가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그러다가 지진과 같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건을 겪으면서 창작자들이 사회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고.

-<별을 쫓는 아이>에 대해 자평하자면.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주변 환경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계속 일만 해서 한동안 쉬고 싶다. SF 장르를 다시 해보고 싶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