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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비장애인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신두영 사진 최성열 2011-08-30

<숨>의 함경록 감독

전주에서 함경록은 ‘스타 감독’이다. 지역에서 제작된 <>이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되고 브뤼셀유럽영화제 황금시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이하 CINDI)에서 버터플라이상도 수상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내공은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온 지난 10여년의 세월에서 나왔다. 단편 <가수 요제피나-혹은 쥐의 일족> <장마> <미필적 고의> 정도만 공개됐지만 함경록 감독은 1년에 2편씩 지금까지 대략 30편이 넘는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심지어 “제대로 세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노인, 장애인, 학생 등에게 영화제작에 관해 강의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함경록 감독은 통장에 몇백만원만 모이면 바로 스탭을 꾸렸다. 지난해엔 영화제만 다녔다는 그는 이제 본격 서울 침공에 나설 태세를 갖췄다.

-전북 김제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이 모티브라고 들었다. =영광의 집 사건이 <>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다. 전주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영화 수업을 했는데 거의 탈출하듯이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각자 시나리오를 썼다. 자연스레 장애인 시설의 부조리한 일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분들이 꼭 장애인이라서 부당하게 당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사람을 집단으로 수용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고 비장애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에서 수희를 연기한 박지원은 실제 장애인이고 연기가 처음이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센터에서 수업을 하면서 지원씨를 멀리서 봤는데 내가 상상했던 모델과 비슷했다. 일단은 연기 지도를 부탁했다. 숨 쉬는 것이나 깜짝 놀랄 때의 리액션이 필요했다. 얘기를 하다보니까 이 사람이 수희 역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주인공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말을 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주인공을 하겠다고 하면 뒷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다행히 싫다고 하더라. 그렇게 터벅터벅 나갔는데 갑자기 문을 확 열며 다시 들어오더니 “나 할래”라고 말했다. 언제 봤다고 반말로. (웃음) 그런데 그 모습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자기 의지를 표현하는 수희의 모습과 맞아떨어졌다.

-<>은 카메라 앵글이 다 비슷하다. 수희의 눈높이에서 뒤를 쫓는 경우가 많다. 2007년 전주영화제 ‘숏숏숏 프로젝트’로 만든 <미필적 고의>와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단편을 만들 때는 캐릭터가 없는 영화를 가지고 형식적으로 어떤 시도를 하는 편이다. 이유는 돈이 많지 않고 지역에서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도 <미필적 고의>와 비슷한 느낌이다. 클로즈업만 쓴다든가 이런 건데 장편은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가 모든 걸 이야기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영화적으로 꾸밀 수 있는 장치를 배제하고 싶었다. 모티브가 된 실화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뺐다. 영화 자체가 수희라는 인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음악도 배제했고 렌즈도 한 가지 화각만 사용했다.

-딱 한번 수희가 웃는 장면이 클로즈업됐다. =수희가 늘 등장하고 카메라는 수희와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원칙에서 벗어난 장면이다. 이런 신이 몇번 나온다. 수희가 여성단체의 쉼터에서 잠시 나와 원래 살던 시설의 담장을 따라 걷는 장면도 원칙에 벗어난 장면이다. 멀리서 촬영했는데 촬영감독이 제안했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에서 이렇게 변수를 주는 것이 유연한 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숨’이라는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사 대표님이 가제로 ‘숨’을 지어줬다. 심사를 받아야 되는데 제목이 없었다. 원래 한 글자 제목을 싫어한다. 괜히 있어 보이려고 한 것 같지 않나. 제목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촬영에 들어갔다. 첫 촬영 때 동시녹음기사가 헤드폰을 주더라. 나는 현장에서 헤드폰을 처음 써봤다. 혼자 연출하고 촬영하고 조명까지 신경 쓰려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모니터 앞에서 헤드폰을 쓰고 앉아 있는데 수희의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감정에 따라서 변화가 컸다. 숨소리만으로도 감정이 전달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숨’이라는 제목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음 작품은 지난해 CINDI에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하면서 지원받은 작품인가. =그렇다. 아직 시나리오 수정 단계다. 정확한 골격은 안 잡혔는데 엄마와 딸의 처절한 신파가 될 것 같다. 내년 여름쯤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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