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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TVIEW] 인간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살벌한 오디션, Mnet <슈퍼스타 K3>의 매력

나는 승부욕이 제로에 가깝다. 누가 슈퍼에 다녀올 것이냐 따위로 가위바위보를 할 때조차 차라리 자진해서 다녀오고 말 정도로, 이기거나 져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경기에도 관심이 없다. 주위에서 프로야구에 그렇게 열을 올려도, 하다못해 한일전이 열리는 날도 어느 한쪽 이기라고 응원하는 일 자체에 영 미적지근하다. 생각해보면 아이돌 팬이었던 시절에도 우리 ‘오빠’ 1위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대세와는 영 거리가 멀었던 것 역시 경쟁구도에 몰입하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주말마다 사람들을 미친 듯한 열기 속에 몰아넣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조차 며칠이 지난 뒤에야 느릿느릿 찾아본 뒤 ‘듣던 대로 무대가 좋구나’ 하는 감상 정도를 느낄 뿐, 누군가의 합격과 탈락 여부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서바이벌 중의 서바이벌, 100만명이 훌쩍 넘는 참가자 중 우승자를 가리는 살벌한 오디션, Mnet <슈퍼스타 K>를 즐겨 보는 건 나로선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피 튀기는 경쟁에 문자 투표에, 결과 발표 직전 “60초 뒤에 공개됩니다” 하며 속 태우는 것까지 ‘악마의 예능’임이 분명한데도 이 프로그램은 묘하게 축제다운 축제 분위기가 난다. 특히 진짜 실력자들만 남기 전, <진기명기>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것 같은 출연자들이 간간이 튀어나오는 예선은 긴장감없이 즐길 수 있어 더 즐겁다. 톱11이 결정된 뒤 존 박과 강승윤 사이에서 갈대처럼 흔들리며 유료 문자를 나눠 보냈던 지난해 시즌2 때도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한 것은 도대체 뭘 믿고 가수가 되겠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엉망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탈락한 남중생이 카메라를 향해 씩씩하게 “시즌3 때도 도전할 거예요!” 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비록 아들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이제 그만하자…”라고 속삭이던 어머님의 목소리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물론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윤종신의 말대로 <슈퍼스타 K3>에 등장하는 이들의 실력은 훨씬 좋아졌다. 희한한 챙 모자를 쓰고 나왔지만 노래만은 아델이었던 신지수, 정엽과 나를 동시에 울린 초등학생 손예림, 경찰청에서 의무경찰 홍보를 위해 내보냈나 싶게 고운 청년 박필규 등 벌써부터 눈에 띄는 인물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만이라면 좀 심심했을 거다. 서태지를 경배하다 못해 결혼 사실이 ‘안 들통’났던 것마저 존경한다며 불꽃 같은 팝핀으로 <난 알아요> 무대를 펼친 불혹의 총각이며, 한국의 푸룽제제라도 될 기세로 폭풍 같은 유혹의 댄스를 펼치던 아가씨처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그것을 당당히 표현하는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은 웃기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춤이건 노래건 다 필요 없고 공부 잘하는 것만이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가르치는 사회에서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의 에너지는 귀하고 대견하다. 그래서 실패가 겁나고 놀림 받는 게 두려워 못해보고 산 게 너무 많은 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음껏 보여준 뒤 합격자 티셔츠를 받아 날아갈 듯 달려나가는, 혹은 탈락 뒤 쓴웃음을 지으며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온갖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깨닫곤 한다. 사람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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