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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롤모델이 임하룡 선배예요
신두영 사진 백종헌 2011-09-06

<쥴리의 육지 대모험> 목소리 출연한 개그맨 류담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달인’의 주인공은 김병만이다. 그러나 이 남자를 빼고 ‘달인’을 말할 수 없다. 바로 류담이다. “16년간 OO만 연구해오신 XX 김병만 선생”이라는 소개부터 김병만을 구박하고 노우진을 타박하면서 한 에피소드를 닫는 것까지 사실상 ‘달인’을 이끄는 역할이 류담의 몫이다. 270회 넘게 ‘달인’에 출연하며 호흡을 맞춘 류담과 김병만이 애니메이션 <쥴리의 육지 대모험> 더빙에 도전했다. 류담이 맡은 역할은 덩치에 맞지 않는 ‘옥토’라는 문어다. 이 작은 문어가 김병만이 맡은 덩치 큰 상어 ‘빅’을 구박한다. ‘달인’과 같은 흐름이다. 버럭 옥토에 완벽 빙의한 류담은 <선덕여왕> <성균관 스캔들> <로열패밀리> 같은 드라마에서도 감초 연기를 톡톡히 해냈다. 개그맨이자 연기자인 버럭의 달인 류담 선생을 만나보자.

-KBS <1박2일> 촬영했다고 들었다. =시청자 투어 특집에 김병만씨가 나갔다. 장기자랑을 하는데 ‘달인’을 한다고 같이 출연하자고 해서 부랴부랴 부산에 내려갔다. 방송은 9월 중순쯤에 나올 것 같다.

-<쥴리의 육지 대모험>에서 문어 옥토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맨 처음에는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미리 보면서 어떤 게 좋을까 혼자 생각도 좀 했다. 김병만씨가 상어인 빅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개그콘서트>의 ‘달인’에서 보여주는 둘의 관계를 생각하면 내가 옥토를 하는 게 괜찮다고 결정이 됐다.

-더빙 현장에서 옥토의 버럭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 =원작에서 옥토는 옆집 아저씨 같은 캐릭터다. 친근한 느낌으로 주인공인 상어 쥴리를 도와준다. 더빙을 한참 하다가 화내는 말투로 버럭해봤다. 목소리 연출을 하는 감독님이 재밌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버럭 캐릭터가 급수정됐다. 중간부터 버럭하는 바람에 앞부분을 다시 녹음했다.

-원작과 한국판의 목소리 연기가 다른 느낌이다. 어떻게 바뀐 건가. =김병만씨는 장난기를 잘 살려줬다. 이영아씨는 목소리 자체가 워낙 귀여워서 쥴리랑 잘 맞는 것 같다. 보면서도 귀여워 죽겠다는 그런 느낌이다. 내가 연기한 옥토는 버럭하는 다혈질 문어로 콘셉트를 잡았는데 조금 튀는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원래 감초 역할이던 고등어 삼총사가 상대적으로 묻혔다. 먼저 고등어 삼총사를 녹음한 성우분들께 죄송하다.

-현장에서 목소리 연기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던데. =예전에 SBS <접속! 무비월드> 프로그램에서 김병만씨랑 잠깐 더빙을 한 적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더빙은 처음이다. 이번에 정식으로 더빙 연기를 하면서 큰 매력을 느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도 했지만 할 때는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 목소리가 애니메이션의 그림과 일치하는 게 재밌더라.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애로 사항이 있다면 문어가 입이 작고 표정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굉장히 애매한 표정이다. 그래서 대사하기 힘들었는데 그게 장점이 되기도 했다. 표정이 없기 때문에 버럭 컨셉을 만들어 넣어도 괜찮았다. 목소리 톤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에는 목소리를 좀더 조인다거나 굵게 변형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담이씨 목소리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하셨다. 제스처나 이런 부분을 딱딱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컴퓨터가 발달돼서 잘 맞춰주시더라. (웃음) 아, 그리고 대사보다는 ‘오잉’, ‘으아~’ 같은 의성어가 더 어려웠다.

-‘달인’의 유행어가 없는 건 좀 의외였다. =김병만, 한민관씨와 함께 출연한 <서유기 리턴즈> 때도 유행어를 하나도 안 넣었다. 유행어로 스토리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자칫하면 유행어가 흐름을 깰 수도 있고 분위기가 가벼워질 수 있다. 이런 애니메이션도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이 재밌기 때문에 유행어나 우스갯소리를 굳이 안 넣어도 된다. 유행어가 들어가면 어색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문어, 상어라고 생각하고 보는데 갑자기 개그맨 김병만, 류담이 나와버리면 몰입도가 깨지지 않을까.

-캐릭터 컨셉은 ‘달인’이 연상된다. 옥토가 빅을 구박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아마 이 애니메이션의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다. 옥토는 그 큰 상어한테 언제 잡아 먹힐지도 모르는데 큰소리치고 화내고 그런다. 그 모습이 ‘달인’과 닮았다. 성격은 똑같은데 체형은 정반대다.

-체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달인’ 하면서 살이 엄청 찐 것 같다. =‘달인’ 시작하고 25kg 쪘고, 개그맨 데뷔하고는 45kg 쪘다. 오늘 몸무게를 재보니 120kg이다. 하아~. 데뷔했을 때는 73~74kg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캐릭터가 이런 쪽으로 잡혔다. ‘달인’ 할 때까지는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병만씨는 살 빼지 말라고 한다. 살쪄서 잘된 거라고. 그런데 내가 죽게 생겼다. (웃음)

-<선덕여왕> <성균관 스캔들> <평양성> <로열패밀리> 등 드라마와 영화에 조연 혹은 카메오로 꽤 출연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나. =솔직히 지금도 작품이 들어오고 있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꿈은 있다. 앞으로의 계획도 있고. 꿈이 희극배우고 롤모델은 임하룡 선배님이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아직은 그 질문에 답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유년기랄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내면 연기가 나올 때까지 그냥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오래 잡고 있다. 조금씩 한발한발 가려고 한다. 첫 작품인 <선덕여왕> 때 이문식 선배를 만나서 많이 배웠다. 그전에는 카메라 보는 법도 몰랐다. 이문식 선배는 연기의 베테랑인데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나랑 열다섯번 이상 맞춰보고 들어간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을 처음에 보고 배웠기 때문에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성균관 스캔들> <로열패밀리> 할 때도 그런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로 사극에 많이 출연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가. =이상하게 그렇게 됐다. <선덕여왕> 끝나고 사극인 <성균관 스캔들>을 선택한 것은 제의가 들어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순돌이라는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 그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데 사투리를 한번 깨보자, 정복해보자 이런 심정이었다. 또 그전에는 이문식 선배와 콤비로 연기를 했는데 순돌이는 박유천씨와 붙어 있지만 혼자 힘으로 이끌어가는 캐릭터였다. 그런 것도 해보고 싶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라 그런지 연기 평가도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나. =대학 들어갈 때는 연극배우가 되려고 했다. 군 제대하면서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때는 비주얼이 나쁘지 않았다. (웃음) 제대하고 우연찮게 개그클럽 선배인 개그맨 백재현씨한테 연락을 받았다. 김미화 선배 20주년 공연하는데 후배들 데리고 오디션 보러 오라고 했다. 단순한 인솔자 같은 거였는데 내가 오디션에 붙었다. 20주년 공연을 끝내고 다시 영화쪽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김미화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KBS 공채 원서 넣으라고 말이다. 한번 넣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붙었다. 개그맨이 되고는 주로 남들을 웃기기 위해 깔아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10년 동안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면서 딱 한달 쉬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수근씨와 ‘고음불가’ 할 때도 이수근 옆에 있는 사람 혹은 노래 좀 하는 남자였다. 그러다가 ‘달인’하면서 이미지가 잡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눈에 띄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그게 드라마에서는 장점이다. 심한 바보 역할을 하거나 그런 게 없어서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니 좀비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좀비영화를 많이 본다. 공포영화도 좋아한다. 이런 영화를 많이 보는 이유는 공포영화의 재미도 있지만 거기서 개그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진지하고 무서운 상황을 살짝만 비틀면 개그가 된다. 코미디영화보다 공포영화에서 더 소재를 많이 얻는다. ‘달인’ 초창기 때는 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좀비영화를 한달 동안 다 뒤져 본 것 같다.

-식상한 질문 같은데 김병만은 어떤 존재인가. =김병만씨는 리더다. ‘달인’ 코너 장이고 선배이면서 형이다. 노우진씨도 그렇고 김병만씨와 10년지기다. 예전부터 항상 그런 마음이 있었다. 김병만씨, 이수근씨와 제일 친한데 이 형들이 잘돼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다고 생각했다. 옛날에 다들 힘들 때였는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나. 혹시 내가 더 잘되면 그것만큼 불편한 게 없겠다는 생각 말이다. 다행히 김병만씨도 이수근씨도 다 잘됐다. 김병만씨는 스스로 스타성이 없다 그러고 항상 제자리라고 자책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위로도 많이 해줬다. 지금 김병만씨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은데 배 아프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데 나랑 노우진씨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도 하고 그쪽에 꿈도 있어서 질투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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