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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순간을 3D의 쾌감으로 즐긴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
주성철 2011-09-07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쏘우>와 함께 당대 할리우드 하드코어 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시리즈다. 회를 거듭하며 사건은 더욱 거대해지고 그 사건현장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5편에 이르러서는 두 가지가 달라졌다. 먼저 3D 영상으로 인해 그 참혹함은 증폭됐다. 영화 속 물건과 구조물들이 전후좌우 흉기가 되어 날아든다. 두 번째로 죽음의 규칙에 변화가 생겼다. 정해진 운명대로 반드시 죽어야 했던 기존 규칙에서, 타인의 생명을 빌려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 말하자면 자기 대신 누군가를 죽인다면 그 죽은 사람의 남은 생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 그처럼 달라진 규칙은 ‘사고현장의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이 시리즈가 그와 별개로 내건 또 다른 승부수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죽음의 운명은 쉽게 뒤바뀌지 않는다.

워크숍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다리가 붕괴되는 끔찍한 사고로 자신과 동료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죽는 환영을 본 샘(니콜라스 다고스토)은 곧 사고가 일어날 거라며 여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떠난다. 곧이어 거짓말처럼 사고가 재현되고 그와 함께 나왔던 동료들은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들은 죽었어야 하는 운명이었기에 꿈에서 죽어나간 순서대로 다시 하나 둘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생존자 중 체조선수는 철봉의 나사가 풀려가는 가운데 다른 곳에서 날아온 송진가루 때문에 방향을 잃은 채 추락해 죽고, 중국식 마사지숍을 찾은 동료는 온몸에 침을 꽂은 채 우연한 화재사고로 죽는다. 그런 가운데 생존자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면 그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팬들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서 기대하는 건 규칙의 변형보다는 ‘사건’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반부에 드러나는 다리 붕괴 사고는 백미다. 2편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3편의 롤러코스터 사고, 4편의 레이싱카 연쇄충돌과 비교해도 규모와 학살의 수준이 압도적이다. 공사 중인 다리에 균열이 생겨 기둥을 받치고 있던 와이어가 사람들을 채나가고, 쓰러지는 자동차들이 사람들을 짓이기며, 공사에 쓰이던 자재들이 달아나는 사람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거의 실시간의 쾌감으로 완성된 그 참혹한 순간의 재현은 그야말로 이 시리즈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낼 만하다. 몸이 반으로 꺾이고, 갈고리가 턱을 관통하며, 안과의 레이저가 무방비 상태인 환자의 눈을 쏘는 등 이후 장면들도 그 못지않다. 게다가 이번 5편은 시리즈 최초로 3D로 즐길 수 있다. 자기의 눈앞까지 쇠꼬챙이가 날아오는 충격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유쾌한 영화다. 게다가 지난 2D영화들이 아쉬웠는지, 마지막에는 마치 성룡 영화의 NG장면모음처럼 지난 시리즈의 사고장면만 모아 3D로 보여준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악취미겠지만 팬들에겐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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