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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성의 시네마나우] 거장과 테크놀로지의 만남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첫 3D영화 <트윅스트>

<트윅스트>

9·11 테러 10주기를 맞은 지난 일요일, 토론토영화제에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첫 3D영화 <트윅스트>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다(코폴라 신작 상영에 앞서, 10년 전 그날 영화제 기간 중 토론토에서 테러 소식을 접했던 몇몇 영화인들의 회고를 담은 짧은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코폴라가 <영원한 젊음>(2007)과 <테트로>(2009) 같은 최근작을 통해 좀더 개인적인 주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한편 그의 영화적 뿌리라 할 소규모 인디펜던트영화로의 회귀를 시도해왔음을 상기할 때, <트윅스트> 역시 그러한 최근의 행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가 아닐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그가 3D 테크놀로지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코폴라의 신작은 프로듀서 로저 코먼 밑에서 연출한 초기작 <디멘시아 13>(1963)과 같은 피를 공유하는 저예산 고딕호러이자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개인적 경의로 넘쳐나는 작품일 뿐 아니라, 그의 첫 3D영화라는 사전 보도를 접하고 기대와 호기심에 들떠 있던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할 만한 방식으로 3D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토론토 집행위원장 카메론 베일리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코폴라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마쳤다. “영화 중반까지는 3D안경은 호주머니에 넣어두세요. 어디서 안경을 써야 할지는 보다 보면 알게 됩니다.” 코폴라의 말대로 전체 영화에서 3D가 활용된 곳은 단 두 장면에 불과하며 각각의 장면이 시작되고 끝날 때면 화면 하단에 안경이 슬쩍 올라오거나 내려가는 식으로 안내가 주어진다. 최근 3D 붐이 일기 전에 만들어진 구식 ‘입체영화’- 좌우가 각각 청색과 적색으로 채색된 특수안경을 끼고 보는 고전적 애너글립(anaglyph) 3D. 참고로 입체사진의 원리(이른바 ‘스테레오스코프’)는 이미 19세기에도 알려져 있었고, 이 초기 입체사진들은 오늘날 켄 제이콥스 같은 아방가르드 필름메이커들의 예술적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를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코폴라가 <트윅스트>에서 3D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방식이 바로 그 구식 입체영화들의 ‘기벽’을 장난스레 모방하고 있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게다가 코폴라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처럼)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스펙터클은 강화하는’ 최근 영화들에서의 3D 효과 활용의 원칙을 간단히 무시하면서 오히려 ‘바로크적 돌출효과’에 탐닉한 구식의 입체영화 미장센을 노골적으로 과시한다.

요컨대 코폴라에겐 카메론처럼 구식의 테크놀로지를 첨단의 것인 양 위장하면서 허세를 부릴 의도 따윈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소설 판촉활동을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가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의 미스터리에 휘말리게 되는 공포소설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토리는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고색창연한 3D 효과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과거를 사로잡았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들을 따뜻한 포옹으로 감싸안은 <트윅스트>는, 말하자면 로저 코먼 사단의 아이로서 출발한 자신의 ‘천출’(賤出)을 마침내 긍정하게 된 코폴라의 ‘귀여운’ 예술영화라 하겠다. 이 점에서 <트윅스트>는 같은 호러 장르라 해도 예술적 야심 내지 과욕으로 넘쳐났던 <드라큘라>(1992)와는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며, 여기서 동시대의 테크놀로지(디지털과 3D)는 복고적이라기보다는 회고적인 방식으로- 내가 아는 한 최근의 3D영화 가운데선 조 단테의 <더 홀>(2009) 이외에는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 영화의 과거와 만나고 있다. 복고는 무지의 반영일 뿐이지만 회고는 의지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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