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영상공작소
[영상공작소] 개봉영화만 극장 상영? 나도 할 수 있다
지민(영화감독) 2011-09-29

지민 감독과 함께하는 우리 가족 영화 만들기(최종) - 관객에게 보여주기

아리랑 시네센터 상영관, 강릉영상미디어센터 상영관(왼쪽부터).

편집과 출력, 잘 마치셨나요? 그럼 이제 영화 제작의 가장 마지막 순서가 남아 있습니다. 편집 다 했는데 뭐가 또 남았냐고요? 바로 관객과 함께하는 ‘상영’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됐든 불특정한 사람들이 됐든 우리가 ‘영화’라는 틀을 빌려 한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와 나누어야만 완성됩니다. ‘우리 가족 영화 만들기’의 회차마다 강조했던 것처럼 상영회 역시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대한 좋은 화질로 출력을 하고, 극장을 대관하고, 홍보 전단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면 됩니다!(말만 들으면 엄청 대단한 일 같죠?)

그냥 우리끼리 보려고 만든 건데 굳이 상영관을 대관해서까지 상영회를 할 필요가 있나 반문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집에서 텔레비전나 컴퓨터를 통해 보면서 상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떤 매체를 통해 작품을 상영하느냐에 따라 그 작품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빛이 차단되고 다른 소음이 없는 극장은 ‘어쩔 수 없이’ 집중해야만 하는 곳이라 이런 공간에서 상영을 하면 편집할 때도 보이지 않던 장단점을 모두 발견할 수 있어요.

멀티플렉스나 규모가 큰 극장들도 대관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드라마 속 ‘본부장님’이 아닌 이상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까지 되는 대관비를 내는 건 쉽지 않겠지요(물론 가능하신 분은 얼마든지 큰 극장을 대관하셔도 됩니다. 많은 관객을 불러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하하). 그래도 걱정 마세요. 가족 단위의 상영이나 소규모 상영을 위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극장’ 상영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으니까요. 서울의 경우 ‘오재미동’, ‘아리랑 시네센터’ 등은 회원가입을 하면 상영관을 빌릴 수 있습니다. ‘오재미동’은 30석 규모의 상영관을 세 시간 동안 대여하는 데 6만원의 대여비가 들고요, ‘아리랑 시네센터’는 10석 규모의 상영관을 대여하는 데 시간당 7천원이 듭니다. 미디액트는 전용상영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상영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5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대강의실이나 이보다 약간 규모가 작은 회의실을 빌려 영화 상영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이외의 각 지역에서도 영상미디어센터의 상영관을 빌릴 수 있습니다. 지역 미디어센터의 경우 상영관이 70~100석 규모가 되는 큰 곳도 많고, 대여 비용은 3만~10만원입니다.

<개청춘>의 대표 이미지인 잠수부 인형, 여성노조 영상동아리 '시네마여인네'의 시사회 홍보물(왼쪽부터).

홍보물 만들기

이번 기회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근방의 미디어센터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영상 제작 전반에 관한 도움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면 홍보물을 제작해봅시다. 홍보물에는 영화의 제목, 줄거리, 감독 및 주요 출연진, 상영시간 등의 개요와 함께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아 넣어봅니다. 대표 이미지를 찾는 것은 우리가 작품을 구상하며 연습했던 캐릭터 구축, 이야기를 한줄로 요약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영화’라는 장르를 빌려 ‘이미지’로 구현되는 것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서 작품의 이야기가 잘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 이야기를 작품 속에 있는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죠.

제가 속해 있던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에서 제작한 <개청춘>을 예로 들어볼게요. <개청춘>은 ‘그냥 청춘이고 싶지만 이 사회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20대들의 생활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개 같은 청춘’으로 살고 있지만 세상에 이야기하는 걸 시작으로 진짜 청춘을 열어보고(開) 싶은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청춘>의 대표 이미지는 좁은 대야 속에서 쉬지 않고 헤엄치고 있는 잠수부 인형의 모습이었습니다. 열심히 움직여도 갇혀 있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손잡을 동료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인 지금의 ‘개청춘’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시간 반의 러닝타임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이 장면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요.

홍보물을 만드는 것은 관객을 초대하고, 정보를 알려주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제작자 스스로가 영화를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영화의 홍보물이니만큼 이미지가 많은 게 좋습니다. 작품의 대표 이미지와 함께 감독의 얼굴도 넣고, 영화 속의 스틸 몇 장면을 더 추가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상영 뒤엔 관객과의 대화까지

상영회 당일에는 미리 상영관에 가서 상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홍보물도 상영관 입구에 잘 진열해두고, 장소 안내지도 붙여둡니다. ‘우리 가족 영화’이니만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보게 될 테니 간단하게 다과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죠? 조금 오버해서 ‘감독 입봉’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후후.

상영을 마치고 쑥스럽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꼭 진행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를 마지막에 완성해주는 건 결국 관객입니다. 어떻게 보았는지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궁금한 것은 없는지 질문을 받아보기도 하세요. 이 내용을 잘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내가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했던 것과 완성된 작품을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게 어떻게 다른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던 정보들이 어디에서 빠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작품을 수정하기에도 좋고, 다음 작품을 만들 때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때로 관객은 연출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조차 더 아름답게 읽어내기도 하고, 당연히 알아주리라 생각했던 것도 외면하는 경우가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서운한 감정이 든다면 뒤풀이에서 풀어내면 되죠!

상영회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 영화 만들기’는 끝이 납니다. 6회차의 ‘영상공작소’에서 다룬 많은 부분이 기억에서 금세 잊히겠지만 일상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즐거움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족영화’라고 이름 붙였지만 6회차에 걸쳐 이야기했던 내용은 ‘내가 기억해 두고 싶은 내 삶의 조각을 기록하는 것’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결국 내 삶이라는 건 나를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니까요. 처음부터 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틈틈이 짧은 에피소드를 기록해두면서 만드는 재미를 몸속 깊이 새겨두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꼭 그 작품이 관객(단 한명이더라도)과 만나서 이야기로서 완성되는 순간도 경험하시길 바라고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