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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삼각관계, 둘러보면 흔하지
장영엽 2011-09-27

<쓰리>의 톰 티크베어 감독

홍상수 영화의 우연성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쓰리>는 흥미로운 영화일 것이다. 오랫동안 서로만을 바라봤고 이제는 중년이 된 커플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은 알고 보니 동일인이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이후 <사랑해, 파리> <인터내셔널> 등을 연출하며 독일을 벗어나 해외 무대에서 활동해온 톰 티크베어는 4년 만의 자국영화 <쓰리>로 우연히 다가온 사랑의 해체와 재구성을 탐구한다. 그와의 인터뷰를 서면으로 전한다.

-<향수> 이후 4년간 해외에서 활동했다. <쓰리>로 오랜만에 독일 배우와 독일어로 작업한 소감은 어떤가. =사람은 가끔씩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해외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모국어로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 때의 편안함이 그리웠다. 특히 배우들과 모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작업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영어영화와 독일어영화를 오가며 작업할 것 같다. 또한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정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쓰리>는 꼭 베를린을 배경으로 해야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독일어로 만들었다.

-<쓰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영화다. 이러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쓰리>는 타이밍의 문제에서 시작된 영화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어떤 상황에서인가?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들의 삶은 변화할 것인가? 이 모든 상황에 의해 누군가에 대한 이끌림이 생기거나 혹은 생기지 않는다. 당신은 누군가를 열번 만났지만 갑자기 열한 번째 만남에서 그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감정의 변화무쌍함과 우연에 매혹됐다.

-권태기를 겪던 부부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남자를 사랑함으로써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은 꽤 도발적이다. =나는 살면서 모든 감정을 한 사람에게 쏟아야 한다는 점이 난센스라고 본다. 그건 감정적인 파시즘이다. 누구나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한 사람과의 관계에 여전히 묶여 있다. 실제로 인간의 감정은 하나의 관계만으로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영화를 통해 그런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제목처럼 ‘3’이라는 숫자가 인물의 대사나 상상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고. ‘3’이라는 숫자에 어떤 의미를 두나. =개인적으로 ‘3’이란 숫자와 인연이 깊다. 내 생활과 일의 많은 부분이 삼자관계와 연관이 있더라. 예를 들어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시나리오는 세명이 함께 썼고, 지금 촬영하고 있는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워쇼스키 형제와 함께 세명이 공동 연출을 맡고 있으며, 집에 가면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식구다. 이렇게 삼자관계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속도감있는 편집과 감각적인 음악은 <쓰리>에서도 여전하다. 종종 음악이 편집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두 요소는 당신의 영화에서 긍정적인 조합을 이뤄내는 것 같다. <쓰리>에서 음악과 편집의 관계는 어땠나. =<쓰리>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 때면 늘 음악을 미리 만들어놓고 작업하는 편이다. 영화에 쓰일 음악이 결정되면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촬영하는 방식이다. 나에겐 음악이 이미지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음악이 <쓰리>에선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였나. =그렇다. 나는 특정 세대에 강렬한 정서를 전달하는 음악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을 발견했는데, <Space Oddity>는 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부터 80대까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쓰리>는 어른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어른이라 부를 수 있는 모두를 이어주는 노래가 필요하다고 봤다.

-<롤라 런>이 베를린에 대한 지형적인 묘사가 돋보였던 영화라면 <쓰리>는 베를린의 문화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곳곳에 발레, 공연, 전시 장면을 넣은 의도는 무엇인가. =현실적이고 주관적으로 경험한 베를린을 보여주고 싶었다. 카페, 전철, 아파트, 레스토랑, 복도, 사무실이 있는 베를린 말이다. 베를린이라는 지역을 구체적이고 친밀한 방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차기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어떤 영화인가. =어떤 영화가 될지는 아직 비밀이다. 워쇼스키 형제와 공동 연출을 맡았고, 톰 행크스, 할리 베리, 배두나, 휴고 위빙,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던이 출연한다. 한국 배우 배두나는 평소에도 팬이었고 멋진 배우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 영화는 2012년 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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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티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