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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나아진 리듬감, 장르적 세련미가 돋보이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3>
윤혜지 2011-10-26

3편의 이야기는 케이티와 크리스티 자매의 유년 시절인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새집으로 이사를 온 뒤 어린 크리스티(제시카 타일러 브라운)는 아무도 없는 데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노는 시늉을 하는 등 괴상한 행동을 보인다. 자매의 아버지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이번에도 역시 보지 말아야 할 것 혹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화를 자초하고야 만다. 순진한 아이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많지 않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매의 아버지와 그의 조수는 기이한 현상이 카메라에 녹화된 것을 보고도 도망칠 생각은커녕 그저 독특한 흥미거리로만 치부해버린다.

사건은 전편들에 비해 더욱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다. 집 안에는 3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역시 피와 살점이 튀지도, 기괴한 외모의 귀신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카메라만 돌아갈 뿐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길게 전시되지만 이는 전편보다 더욱 리듬감있는 배열로 놓여 있다.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까지 비어 있는 시간은 보는 이에게 지루함을 안기기보다 다음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끈적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늘어져 있다. 두려움을 지속시키는 일등 공신은 팬 위에 고정되어 일정한 속도와 각도로 돌아가는 카메라다. 그 일관된 움직임의 사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은신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전달하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페이크‘다큐’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장르적 세련미를 갖추어가는 모양은 장르영화 팬이라면 환영할 만하지만 처음의 거친 만듦새에 애정을 느꼈던 이라면 다소 아쉬운 행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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