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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설프지만 훈훈한 휴식을 주는 간첩물 <스파이 파파>
윤혜지 2011-10-26

1974년, 평화세탁소의 주인 이만호(이두일)는 남한에서 14년째 고정간첩으로 살고 있는 남파공작원이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간첩 활동을 하고 있으나 남들은 그저 성실하고 수더분한 세탁소 주인이라고만 생각할 뿐 아무도 그를 간첩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만호의 외동딸 순복(김소현)은 간첩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아버지가 간첩임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스파이 파파>의 만듦새는 다소 어설프다. 특별히 매력적인 인물도 없고, 특별히 흥미로운 사건도 없다. 눈물을 쏙 빼내는 신파도, 빵빵 터지는 웃음도 없다. 만호의 스파이 행각에는 긴장감도 없고, 그를 비롯한 다른 공작원들 역시 첩보 활동은커녕 사라진 공작금의 자취를 좇느라 정신이 없다. 평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느슨해지려는 관심을 붙잡는 것은 순복이 만호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고민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잠시나마 인형놀이를 보는 듯 긴장감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한 것이 미안할 만큼 순복의 고민은 진지하다.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하에서 자라온 어린 순복이 아버지와의 이념적 대립을 어찌 견디나 싶지만 열살 어린이라서 순복의 시선은 오히려 객관적이며 이데올로기를 넘나드는 문제에서도 나름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여기까지 오면 이념적 대립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만호는 말이 간첩이지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선량한 서민이다. 간첩으로서 임무를 완수하려는 마음보다는 아버지로서 순복이 다칠까 염려하는 마음이 먼저다. 소재만 보고 <의형제>의 아동극 버전을 기대했던 이라면 실망하겠지만, <스파이 파파>는 요즘 많이 만날 수 있는 문제적 영화들에 다소 마음이 힘들었던 이들에게 작지만 훈훈한 휴식을 제공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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