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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드라마와 코믹의 조율에 실패한 아이돌 성공담 <Mr. 아이돌>

가요계 최고의 실력파 프로듀서인 오구주(박예진)는 아이돌 그룹인 ‘미스터 칠드런’을 기획하지만, 연예계 동료와의 사랑으로 갈등하던 그룹의 리더는 데뷔 첫날 무대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3년 뒤, 어느덧 그때의 사건들은 잊히고 오구주는 미스터 칠드런을 재결성하기 위해 전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보컬인 현이(장서원), 댄스 담당 지오(박재범), 래퍼 리키(김랜디)를 다시 모은 오구주는 박상식(임원희)과 함께 기획사를 만들고 공석인 리드 보컬을 뽑기 위해 오디션을 연다. 아르바이트로 관광 가이드를 하다가 오구주의 가방을 찾아준 인연이 있는 유진(지현우)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오구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 밴드를 하며 로커가 꿈이었던 유진을 오구주는 끈질기게 설득하고 유진은 미스터 칠드런에 들어간다. 그 뒤 네명의 멤버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치면서 아이돌 그룹으로 탈바꿈해나간다. 한때는 오구주와 한솥밥을 먹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최대 기획사의 대표가 된 사희문(김수로)은 미스터 칠드런을 퇴출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영화의 제목도 ‘Mr. 아이돌’이고 미스터 칠드런도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지만 그들은 라이벌인 다른 아이돌 그룹의 리허설을 보며 ‘아, 역시 때깔부터 다르네’라며 감탄하는 무늬만 아이돌 그룹이다. 한번의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나이도 들었고 몸도 안 따라준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그들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들이 간직한 꿈이다. 유진은 생계형 아이돌이다. 낮에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여행사에서 가이드도 하고 주말엔 클럽에서 연주를 한다. 기타 줄을 식칼로 끊어버리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수에 대한 꿈을 키워간다. 현이는 동거녀와 아이를 둔 가장이다. 아이돌이라고 부르기 민망하지만 그는 아예 노래방을 운영하면서 노래 연습을 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리키는 20년 전에 입양된 입양아다. 성공하면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오구주의 말을 믿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랩으로 표현한다. 지오는 말보다 몸이 앞선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때문에 폭행사건을 많이 일으킨다. 폭행의 전과들이 걸림돌이 되지만 끊임없이 춤으로 열정을 키워나간다. 이들을 기획하는 오구주도 겉으로는 까칠하고 냉철한 프로듀서지만 미스터 칠드런의 죽은 리더에 대한 깊은 죄책감으로 그룹을 재결성해 그에게 속죄한다. 이처럼 <Mr. 아이돌>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시련을 딛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미스터 칠드런이 재기하는 데 성공하는 곳은 관객의 함성이 들리는 큰 무대가 아니라 병원이나 복지관 등 상처입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며, 그들의 음악은 전자음악이 아닌 기타와 피아노 반주를 통해 울려퍼진다.

영화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과 오디션 스타들에 열광하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한다. 선택받은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성공담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장르의 문법을 따라간다. 뚜렷한 선악 대결 속에서 캐릭터들은 명확하고 조연들은 감칠맛을 보탠다. 하지만 장르의 전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설정들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짜맞춘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에 묻어 나오는 웃음보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억지로 넣은 듯한 장면들이나 개연성을 획득하지 못한 장면들은 감정선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러한 인위적인 설정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감동의 휴먼드라마와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코믹 사이에서 영화는 조율에 실패한다. 결과적으로 뼈대만 남은 휴먼드라마와 조연들의 연기와 개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영화에서 관객은 <국가대표>나 <미녀는 괴로워>에서 답습한 코드들을 떠올리게 된다.

타이틀이 뜨고 나서 영화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오구주와 유진으로 시작해서 공항에서 헤어짐을 준비하는 둘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우연히 습득하게 된 오구주의 가방을 유진은 열게 되고 그 가방을 열면 운명이 바뀔 거라는 누나의 예언대로 유진의 삶은 바뀐다. 인상적인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영화는 끝없는 우연과 필연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우리 삶의 여정을 한 무대에 집약한다. 영화는 아이돌이, 스타들이 서는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만이 무대는 아니라고 말한다. 미스터 칠드런이 서는 무대는 그런 화려한 무대가 아니다. 누구나 자기가 서 있는 무대에서 아이돌이며 스타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 영화가 가지는 따뜻함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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