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전시
[전시] 색채의 마술
장영엽 2011-11-10

<미셸 앙리전: 참을 수 없는 화려함>

미셸 앙리, <장미와 두개의 꽃병>(Deux flacons aux roses), 45.5x37.9cm, Oil on canvas

<미셸 앙리전: 참을 수 없는 화려함> 일정: 11월1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V-갤러리 문의: 02-723-6577

자연을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이 자연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 다소 억지스러운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사례를 알고 있다. 워즈워스, 셸리, 키츠…. 리스트를 읊는 건 영국 낭만주의 시인에서 그치자. 도심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이 소음의 정체를 구분짓고 겹겹이 늘어선 작은 간판의 글씨를 읽는 데 유리하듯, 바람의 부피와 꽃의 향기, 이름 모를 풀들의 감촉을 표현하는 감각은 자연과 직접 살을 맞대고 살아온 사람이 더 활성화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꽃을 주요 테마로 작업해온 프랑스 구상회화의 거장 미셸 앙리 또한 프랑스 랑그르에서 태어나 인근 농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틈틈이 손자에게 “생명을 보고, 느끼며, 들판의 나뭇가지와 꽃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법”을 가르쳐준 할아버지 덕에 미셸 앙리는 자연을 해석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런 그가 회화의 주요 테마로 삼는 소재는 ‘꽃’이다. 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색채와 가장 아름다운 뉘앙스를 지녔”다고 믿는 앙리는 이국적이고 강렬한 색채와 정물의 짜임새있는 구성, 우아한 화풍으로 명성을 얻었다. 미셸 앙리를 설명하는 이같은 특징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색채의 사용이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앙리 작품의 원색들은 모든 것이 멈춰 있는 정물화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화려한 색감을 이용해 영화의 정서를 완성하듯, 미셸 앙리의 회화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뒤흔들 정도로 강렬한 색채의 사용이 작품에 큰 원동력이 되어준다. 작품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강렬한 색감에 매료되고 기분이 고양된다는 이유로 프랑스 현대 미술계에서는 그를 ‘행복의 화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미셸 앙리의 국내 첫 초대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유화작품 50여점이 소개된다. 사람이 서 있어야 할 곳에 대신 꽃을 가져다놓은 양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작품의 중심에 꽃을 배치한 <베니스, 나의 사랑들>과 <포도 언덕> <파리 사크레쾨르 성당>은 구상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양귀비꽃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여름이 다가옵니다>와 유리 꽃병의 질감을 실감나게 묘사한 <장미와 두개의 꽃병>은 미셸 앙리 회화의 개성이 또렷이 드러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