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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유머와 히치콕의 만남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화장실 유머와 히치콕이 만나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흔치 않은 이런 상상에 대한 답은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에 있다. 직장상사에게 당하는 고등학교 동창 세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작은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였으나 사건은 점차 스릴러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세명의 주인공들은 대사를 통해 히치콕 영화 <열차의 이방인>을 직접 언급한다. ‘교차살인’을 제안하고 일이 엉뚱하게 꼬인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확실히 히치콕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히치콕 특유의 스릴과 서스펜스 대신 코미디로 풀어간다는 면에서 완전 딴판이다. 이혼해주지 않는 아내와 억압적인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히치콕의 살해 동기는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직장상사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것으로 바뀐다. 과장되어 있긴 하나 세명의 상사는 직장인이 만날 수 있는 끔찍한 상사를 유형화시켜놓았다. 죽이고 싶을 만큼이 되어야 하니 상사들의 캐릭터는 다소 도를 넘는 수준으로 묘사된다.

일체의 사생활을 반납한 채 회사 일에 전념하는 닉(제이슨 베이트먼)은 치졸한 꼼수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이코 사장 하킨(케빈 스페이시)이 못마땅하지만 오로지 승진을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 바람기 다분한 회계사 커트(제이슨 서디키스)는 자신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는 회장님을 모시며 누구보다 직분에 충실히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그를 괴롭히는 유일한 인물은 코카인 중독자인 회장님 아들 펠릿(콜린 파렐)이다. 치과 위생사로 근무하는 데일(찰리 데이)은 색녀 치과의사 줄리아(제니퍼 애니스톤)의 성희롱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세 사람의 유일한 낙은 퇴근 뒤 맥주를 곁들인 상사 험담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로도 통하지 않는 한계점에 이르자 셋은 활로를 모색한다. 닉은 결정된 바나 다름없다 믿었던 승진에서 미끄러지고, 커트는 회장님이 돌발사하는 바람에 펠릿을 사장님으로 모셔야 하는 입장에 처하고, 데일은 위조된 사진을 약혼녀에게 보내겠다는 줄리아의 협박으로 곤경에 빠진다. 결국 셋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사를 죽이기로 합의한다.

주연보다도 조연 출연진들이 화려한 영화다. 가장 비중있는 조연은 색녀로 분한 제니퍼 애니스톤으로, 귀여운 모습은 벗어던지고 느끼하고 노골적인 제스처로 무장했다. 케빈 스페이시, 도널드 서덜런드, 제이미 폭스까지 더해지니 가히 화려한 조연진이다. 미국 개봉 당시 R등급을 받은 영화답게 성적인 농담이 넘쳐나는데 자막 번역은 오히려 완화된 편이다. 원제에 쓰인 ‘끔찍한’(horrible)이라는 단어는 영화 에필로그에 쓰인 장르 관습이 호러물에서 왔음을 암시한다. 최악의 직장상사 한명을 제거했다고 직장생활이 활짝 펴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전해준다.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은 다소 상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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