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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 대립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다 <특수본>
이영진 2011-11-23

“짭새들 노는데 잡새가 왜 날아드는 거냐고!” 마약 관련 사건으로 보이는 경찰 살해사건에 투입된 성범(엄태웅)은 특별수사본부에 새로 들어온 범죄분석박사 김호룡(주원)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런 성범이니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마약은 수사의 방향을 뒤틀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는 호룡의 주장을 받아들일 리 없다. 맨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이는 현직 경찰 박경식(김정태). 경찰은 병력을 대거 동원하지만 박경식을 검거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호룡은 박경식의 도주를 돕는 이가 특별수사본부 박인무(성동일) 팀장일 것이라고 의심한다. 성범 역시 박인무가 박경식과의 관계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피붙이처럼 여겼던 박인무가 신의를 저버렸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특수본>은 미스터리한 사건 안에 숨겨진 경찰 비리를 다루는 범죄영화다. 살해당한 이도 경찰이고, 용의자도 경찰이다. 용의자를 뒤쫓는 경찰 역시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보다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한다. 버디무비라고 미리 짐작해서 성범과 호룡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될 것이라고 여겨선 곤란하다. <특수본>은 성범-호룡 짝보다 박인무-박경식 짝을 그리는 데 더 힘을 쏟는다. <특수본>은 이를테면 양떼 사이에서 살아가는 시커먼 늑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늑대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특수본>의 후반부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거래나 협상 따윈 없다. <특수본>은 선악 대립구도를 분명하게 가져가는 영화다. 모호하지 않으니 그 끝이 통쾌하다. 그러나 지나친 단순화의 가벼움도 느껴진다. 볼거리는 충분하지만, 인물들의 감정에 굴곡을 충분히 새겨넣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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