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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칸디다 회퍼 개인전>
장영엽 2011-11-24

<Neues Museum Berlin ⅩⅠ>, 2009, C-print, 183ⅹ141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Seoul

<칸디다 회퍼 개인전> 12월25일까지 / 국제갤러리 / 02-735-8449

‘공공장소’라는 말에는 언제나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가 함께 쓰는 곳이라는 뜻이니, 사람이 그곳을 찾지 않는다면 기실 ‘공공장소’라는 단어는 별다른 효용을 지니지 못한다. 독일의 현대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작업은 그래서 흥미롭다. 그녀는 지난 40여년간 서점, 카페테리아, 동물원, 오페라 극장, 공항 등 공공장소를 담은 사진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 속 공공장소에는 응당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 공간이 그 속에 놓인 사물, 시간의 흐름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가 주요 관심사인 회퍼에게 인간은 공간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일종의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회퍼의 ‘공공장소’ 사진은 관객으로 하여금 언젠가 그곳을 가득 채울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 기묘한 활력이 회퍼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칸디다 회퍼의 세 번째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관심은 ‘미술관’에 머물러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돼 폐허로 남아 있다가 복원·보수 공사 뒤 2009년 재개관한 베를린의 노이에미술관이 주요 피사체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페가수스 등 그리스 신화의 성스러운 신과 동물들이 새겨진 8각형의 돔, 건물을 재건하며 새롭게 건축 자재로 사용된 벽돌 등을 포착한 사진 등을 보고 있으면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낸 역사적인 건축물 특유의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