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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인문학을 몸으로 한 전인적 예술가 양성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1-11-22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예술디자인대학 연극영화학과

◆ 입시가이드: 정시전형_정시 ‘나’군에서 27명을 선발하는데 영화연출 및 제작 전공은 18명 정원으로 수능 70% + 실기고사 30%를 반영하며, 연극 및 뮤지컬 연기 전공은 9명 정원으로 수능 40% + 실기고사 60%를 반영한다. 실기의 경우 영화연출 및 제작 전공은 주어진 조건을 토대로 세 시간 내에 열개의 장면 구성을 하는 것이 두 문제 출제된다. 연극 및 뮤지컬 연기 전공은 지정연기와 자유연기, 구두면접으로 구성된다.

청년에게는 질문과 고민이 필요하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는 질문하고 또 고민하는 청년을 키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교양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희대학교만의 독특한 교육과정이다. “교양은 대학 졸업을 위한 한시적 절차도 수단도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교육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높이”라는 말로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소개되어 있다. 언뜻 시대를 역행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가 싶어 커리큘럼을 꼼꼼히 살펴봤다. 대학 수학능력의 기본인 글쓰기와 영어 등의 기초교양과정은 물론이고, 학생들은 영역별, 계열별로 섬세하게 짜인 교과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예를 한 가지 들자면, 필수교양과정 중의 ‘글쓰기’ 과목의 경우 1, 2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1은 ‘나를 위한 글쓰기’, 2는 ‘세상을 위한 글쓰기’라고 부제가 달려 있다. 단순히 리포트 작성 기술을 익히는 도식화된 과정이 아닌, 글쓰기의 목적과 가치에 대해 실천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인 것이다.

영화감독부터 뮤지컬 연출가까지 분야별 전문가들이 교수진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독특한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괜한 미사여구로 부연을 하기보다 교과목명을 나열하는 것이 더 훌륭한 설명이 될 듯하다. 현대적 사건으로서의 ‘몸’의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 역사학적, 사회학적, 철학적, 문화학적 이론을 비판하는 수업은 ‘몸의 발견’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천체역학을 공부하는 ‘별 헤는 밤: 천문학의 세계’, 주변에 흔히 널린 많은 것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류학과 역사학을 아우르는 ‘설탕과 소금: 사소한 것들의 역사’, 시인이자 사상가였던 이들에 대한 연구와 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시는 어떻게 내게로 오는가?’ 등 과목명만 보면 언뜻 어떤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인지 짚어내기 힘들다. 아마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기본 방침인 유연한 상상력과 깊은 성찰이 이렇듯 사소한 것에까지 그 숨이 닿아 있는 것이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기술 위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이 시점에서 어쩌면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고전적인 교양 교육과정은 위태로운 인문학의 입지에 대해 은근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최종답안이 아닐까 한다.

수원에 자리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연극영화학과는 실습 장비의 규모와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정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예술디자인대학 건물은 학내까지 버스가 수시로 무료 운행되어 학생들의 오가는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예술디자인대학은 다른 건물들과는 약간 떨어져 있는데 건물 내에 온갖 공연장과 연습실, 기계실, 장비 등이 있어 안정적인 면학 분위기를 위해 다른 단과대학과는 거리 차이를 둔 듯하다. 건물 내에는 교수들의 작품이나 필모그래피가 벽면에 크게 전시되어 있어 학관이라기보다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건물 자체는 크지만 실습실은 단체 공연용 큰 스튜디오 몇 군데를 빼고는 오히려 세분화된 편이다. 건물 중심에 자리한 6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장비가 갖춰져 있고, 공연장과 이어져 있는 소품실과 스튜디오는 1t 트럭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세트 준비가 잘되어 있다. 일반인 대관도 가능해 필요한 경우엔 외부에서도 대관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피아노 등 악기가 구비되어 있는 개인 연습실이 여섯개, 각종 편집 장비가 설치된 개인 편집실이 일곱개 정도 있다. 이외에도 좁은 지면에 다 소개하기 힘들 만큼 휴일 없이 24시간 개방되는 중소 규모의 스튜디오와 연습실이 여러 개 있어 학생들은 마음껏 작품을 만들고, 손본다.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꼼꼼한 지도

연극영화학과 전공은 연극파트와 영화파트로 나뉘는데, 연극 파트에서는 전통적 형식의 연극부터 최근 급부상한 뮤지컬 분야까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실험극이 필수이수과목으로 정해져 있어, 학생들은 다양한 발상이 가능한 창의적이고 강도 높은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파트에서는 연출과 시나리오, 촬영, 조명, 제작, 편집 등 영화영상분야의 전반적인 과목의 이수가 가능하다. 교육과정 중 눈에 띄는 것은 1학년의 다큐멘터리 수업과 2학년의 필름작업 수업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안에서도 영화의 궁극적인 가치는 가장 고전적인 흐름에서 나온다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잘 녹아 있는 커리큘럼이다. 영화감독, 뮤지컬 연출가, 영화평론가, 배우,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등 영화영상 각 분야의 전문가가 교수진으로 포진해 있어 수업은 강도 높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진행된다.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을 비롯해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장르 구분없이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인 이영란 교수의 2학년 ‘노래극 실습’ 수업을 참관했다. 학생들은 2학년이라고 보기엔 상당한 수준의 발성과 퍼포먼스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이영란 교수는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강단있고 엄격하게 표정과 포즈, 발성과 연기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분석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영화 <해변으로 가다>를 연출한 김인수 교수가 지도하는 3학년 ‘영상연출실습’은 단 네 학생만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두명은 연출과 조명을, 두명은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꼼꼼히 지도하기 위해 학생들을 조별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다고. 촬영을 맡은 학생은 연기하는 학생의 미세한 표정에 대해 수시로 조언을 하고, 연기를 하는 학생은 단 한줄의 대사를 수십번씩 반복하는 열의를 보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창 졸업영화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듯했다. 학생들은 무거운 장비들을 작은 어깨에 메고 넓은 건물들 사이를 이리저리 다닌다. 졸업 작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 잔뜩 어지럽혀진 스튜디오와 헝클어진 머리의 학생들은 다른 어떤 장소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반짝반짝 빛난다. 졸업영화제나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최근 소식은 김정호 학과장이 직접 소개한 페이스북 계정 www.facebook.com/khufil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만의 ‘생활의 발견’을 하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김정호 학과장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가 다른 곳과 차별화될 만한 점은. =사람의 인생을 픽션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근간으로 공부를 한다. 또한 IT기술과 연계해 진출할 수 있는 지점도 찾고 있다. 반드시 고전적인 영화세계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많은 방송영상분야로 움직이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외에 다른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현역에 있는 분들을 강사로 모시면서 학생들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 하나를 만들 때 훅 모였다가 훅 흩어지지 않나. 인간적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자체에 장학 지원이 센 편이다. 학교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어학연수 기회를 잡으면 파리에서 4주가량 지내다 오기도 하는데 학생에게 여러모로 도움될 거라 생각한다.

-이 분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개개인의 노력이나 욕심이 없으면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말했다. “카메라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진짜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나온다. 머리는 그저 모자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다. 개인에게 그 답이 있어야 한다.

-실기에 관련된 팁이 있다면. =모범답안은 기피한다. 일종의 ‘생활의 발견’을 하길 바란다. 소박하더라도 개인의 체험에서 우러난 구체적인 디테일을 원한다. 드라마틱한 어떤 것보다는 관찰의 정도가 깊은 이야기를 선호한다.

-앞으로 차세대 영화영상분야의 전문가로서 롱런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다른 것 없다. 오로지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 모두가 충무로로 가진 않을 것이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단선적으로 보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길. 영화하는 데에는 정년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아까도 말했듯 결국 아이템이다. 자신만의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