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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대기업, 질적 경영이 필요해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1-11-29

<비즈니스로 보는 한국영화산업> 쓴 최건용 전 롯데엔터테인먼트 상무

최건용 전 롯데엔터테인먼트 상무가 작가로 변신했다. 그가 쓴 <비즈니스로 보는 한국영화산업>은 제목 그대로 한국영화산업의 거의 모든 단계를 훑는 책이다. 제작, 투자, 배급, 마케팅, 해외 세일즈까지 각 파트에 어떤 사람이 참여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가 교과서적으로 기술돼 있다. 삼성영상사업단을 거쳐 롯데엔터테인먼트까지 21년여간 대기업의 영화 사업에 참여했던 그는 “이제 후배들이 다음 책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다. 어떻게 지냈나. =사무실을 하나 만들어서 강의를 하고 책을 쓰고 살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내년 2월까지 자문역으로 계약된 상태다. 사실 후배들은 이 일을 말렸다. 아직 젊은데, 왜 지금 인생을 정리하려 하느냐고. (웃음)

-한국영화산업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쓸 수 있었을 거다. <비즈니스로 보는 한국영화산업>은 일종의 개론서다. =영화산업의 플레이어들이 너무 자주, 많이 바뀌고 있지 않나.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회사에 있을 때 맡은 업무 중 하나가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거였다. 체계적으로 가르치려고 책을 찾아봤는데, 참고 삼을 만한 교재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사내 교재를 만들었고, 그게 10여년에 걸쳐 조금씩 바뀌었다. 또 사원들뿐만 아니라 특강으로 만나는 학생이나 일반 직장인도 영화산업에 관심이 높은 걸 보면서, 이제 막 영화일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기존의 영화인이나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만 쓴 건 아니다. 12월 중순에 또 한권의 책이 나온다.

-그건 어떤 책인가. =<충무로, 대박과 쪽박 사이>란 제목의 책이다. 내가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일하면서 목격한 한국영화산업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참여했던 40여편의 영화가 사례 연구로 들어가 있다. 두권의 책으로 일단 내 경험의 70~80%는 끄집어낸 것 같다.

-책을 보면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자가 대기업의 수뇌부에 있었으니, ‘롯데는 그렇게 했었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자기는 뭐 그렇게 했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책 내용의 80%는 내가 실제로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수뇌부였다고 하더라도, 오너는 아니었지 않나. 조직이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었겠나. 무엇보다 이 책은 대기업 출신 사업가로서 산업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산업에 섞여 있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책보다는 수업에서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갈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현업에서 보던 것과, 밖에 나와서 보는 것과는 한국영화산업의 형태가 많이 다르다. 학생들이 보기에는 더 암울하겠지. 현재 투자배급사에 대한 내 생각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통틀어서 말하자면, 10년 전 삼성과 현대, 대우가 시도했던 방식을 지금 대기업이 그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단히 새로운 걸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에도 그러한 현실이 깔려 있다. 일단 영화산업의 스탠더드를 만들자는 거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나면, 앞으로는 조금은 더 새로운 걸 찾지 않겠나. 그리고 의외로 지금 영화인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 외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더라. 서로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지금 대기업의 사업방식은 어떻게 보나. =아직 회사에 소속된 입장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웃음) 다만, 내가 경험한 지난 21년 가운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 좀더 질적인 경영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작 편수를 무리하게 늘려서 양적인 성장을 하겠다는 야심은 영화산업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조직력과 자본이 더 견고했던 과거의 대기업들이 영화 사업에서 결국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양적 성장을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편수가 많아지면, 10만명이 더 들 수 있는 영화도 다른 영화 때문에 스크린을 내줘야 한다. 질적 경영을 통해 수익률을 늘려야 산업에 돈이 모인다. 그러면 영화계를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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