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시리즈에서 이어진 소녀의 판타지가 현실을 마주하다 <브레이킹 던 part1>
강병진 2011-11-30

신부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의 마음을 다잡는 건, 역시 신랑의 미소다.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결혼식을 여는 이 장면은 사실상 지난 3년간의 이야기를 농축하고 있다. 하필 뱀파이어인 연인, 죽지 않는 그와 달리 하루하루 죽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자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피의 전쟁, 무엇보다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을 향한 또 다른 사랑에 흔들리던 10대 소녀 벨라는 언제나 에드워드만을 바라보면서 위기를 건너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종장을 준비하는 <브레이킹 던 part1>은 두 사람의 결혼 이후에 펼쳐지는 ‘새로운 새벽’에 관한 이야기다. 벨라는 이제 ‘미시즈 컬렌’일 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이고, 다시 태어난 뱀파이어다.

<브레이킹 던 part1>은 청첩장을 받은 제이콥의 분노로 시작한다. 그렇다 해도 제이콥이 결국 벨라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리라는 건 당연한 예상이다. 벨라는 아름다운 드레스와 결혼식장, 가족과 친구들의 미소, 게다가 제이콥의 축복까지 “모든 게 완벽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토록 염원했던 에드워드와의 첫날밤이 지나고, 얼마 뒤 벨라는 뱃속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느낀다. 결혼 2주 만에 태동을 느낄 정도로 무서운 속도의 임신이다. 한편 늑대족은 벨라의 아기가 일으킬 위험 때문에 벨라를 죽이려 하고, 제이콥은 벨라를 지키고자 종족에서 빠져나와 컬렌가의 저택으로 향한다. 전운이 감돌고, 생과 사를 오가는 상황이지만 벨라의 태도는 여전하다. 자신의 곁에 와준 제이콥에게 그녀는 말한다. “네가 있어야 다 채워진 것 같아.”

<트와일라잇>과 <뉴문> <이클립스>로 이어진 시리즈는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에 살고 있는 소녀의 판타지를 그려왔다. <브레이킹 던 part1>은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이야기다. 결혼을 한 이상, 예전 같은 관능과 삼각관계의 긴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벨라에게 에드워드와의 결혼은 사랑의 새로운 국면인 동시에 소녀팬들에게는 임신의 악몽을 안겨주는 단계일 듯하다. 도대체 이 뱃속에 뭐가 있는 건가. 초음파로도 정체를 밝힐 수 없는 태아는 벨라의 몸을 갉아먹고, 급속히 성장해 그녀의 갈비뼈를 부숴버린다. 언제나 사랑의 감정에 도취되어 있던 벨라의 얼굴에도 이제는 병색이 만연하다. 언제나 침착해 보이던 에드워드의 변화 역시 낯설게 보인다. 벨라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그녀를 죽일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자, 에드워드도 어쩔 수 없이 무력한 남편이 되고 만다. 이들에 비해 오히려 가장 동적인 변화를 겪는 건 제이콥이다. 벨라를 죽이려는 종족의 우두머리에 맞서 포효하는 모습은 벨라의 사랑을 얻지 못해 안달하고, 심지어 토라지기까지 했던 이전에 비해 더욱 야성적이다.

754쪽의 원작을 쪼개 먼저 선보인 <브레이킹 던 part1>은 이야기의 밀도보다는 원작 팬들이 기대할 만한 특정 장면의 연출에 공을 들인다. 꽃들이 만발한 결혼식장, 지상낙원을 담으려 한 허니문의 풍경들. 그에 비해 잔뜩 기대를 부풀렸던, 에드워드와 벨라의 첫날밤은 노출 수위에 따른 등급 상향을 피하는 연출로 묘사됐고, 벨라의 출산장면 또한 그녀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걸 피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 소녀들의 감성이 낯선 관객에게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묘미는 등장인물의 진지함이 역으로 유발시키는 유머였다. 제이콥과 에드워드 사이를 오가는 벨라의 행동에 기가 차고, 삐치는 제이콥과 질투하는 에드워드가 귀여웠던 것처럼 말이다. <브레이킹 던 part1>에도 첫날밤에 흥분한 에드워드가 침대를 무너뜨리는 등 서로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일으키는 뜻밖의 웃음이 있다. 하지만 이제 벨라가 뱀파이어로 각성한 이후를 그리는 <브레이킹 던 part2>에서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브레이킹 던 part1> 엔딩 크레딧의 히든 영상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친 시련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드디어 벨라가 아닌 다른 사람을 각인한 제이콥의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과격해질지도 모르겠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