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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학과] 스스로에게 ‘누가 되고 싶은가’ 물어라
장영엽 2011-12-09

실기 비중 큰 연기학과, 연기의 기술보다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중요

실기의 비중이 그 어느 과보다 높은 연기전공 학생들은, 아마 지금쯤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입시 당일의 분위기와 집중도가 당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형 결과를 쉽게 속단할 수 없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가수 박정현의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연습을 정말로 많이 했다. 그래야 긴장감을 연습량으로 커버할 수 있다.” 긴장감이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도록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체화하는 것도 합격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성실성’과 ‘열의’는 지원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 지면에서는 본격적인 연기학과의 입시 전형 과정과 면접관들의 코멘트를 소개한다.

당신은 전도연이 될 것인가, 홍지민이 될 것인가, 서주희가 될 것인가. 영화·방송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싶은지,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은지, 연극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이다. 전국의 연기학과들은 크게 영화, 연극,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마련해놓고 있다.

학교별 실기 비중 꼼꼼히 확인할 것

이 세 장르의 차이가 얼마나 크냐고? 상명대학교 영화영상전공 김외곤 학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매체연기 수업에서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연기하는 법을 가르친다. (중략) 클로즈업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카메라가 여러 대일 때는 연기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배울수 있다.” 클로즈업이 필요한 매체연기에서는 배우들의 얼굴 근육 움직임 하나에 따라 장면의 분위기가 판가름나곤 한다. 하지만 연극 무대라면 상황은 다르다. 연극에서는 표정의 움직임보다는 배우들의 몸짓, 목소리의 떨림 등이 관객에게 더 크게 어필한다. 자신이 어떤 연기자가 될 것인지, 연기학과가 어떤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하는지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실기가 평가의 중요한 요소라고 하지만, 연기학과의 전형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는 학생부 성적, 수능, 실기고사의 세 파트로 입시전형이 나뉘지만, 이 세 가지 평가방식의 비중은 학교마다 다르므로 입시 요강을 주의 깊게 읽어보아야 한다. 오랜 전통을 지닌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올해 실기고사의 비중을 낮추는 ‘파격’을 감행했다. 신영섭 교수에 따르면, (지원자들의)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생각의 바탕과 논리의 체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실기고사의 비중이 50%가 넘는 다른 학교를 고려했을 때, 수능 30%, 학생부 30%, 실기고사 40%를 반영하는 동국대학교의 전형은 이례적이다. 연극학부 실기고사를 지정 작품연기, 작품이해력, 즉흥연기, 특기의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고 각각 25% 비중으로 반영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동국대학교를 희망하는 연기전공 지망생의 경우 미리 준비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학생부 성적을 보지 않거나 수능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서경대학교 연기전공은 수능을 30%, 실기고사를 70% 반영한다.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과는 수능 성적을 보지 않고 내신과 실기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실기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처럼 각 학교별로 전형이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따지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전형의 대학을 미리 알아보는 것도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종의 ‘생활의 발견’을 하길

면접관으로 만나게 될 연기학과의 교수들은 미래 연기자의 자질로 기본소양, 협동성, 인내심, 창의력을 꼽았다. 기본소양은 책, 영화, 공연 등 향후 연기자로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칠 다방면의 문화적인 콘텐츠를 말한다. “연극 공부는 인간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고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신영섭 교수는 말한다. 힘들이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인간’을 다룬 각종 문화콘텐츠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쌓은 문화적 소양에 기반해 면접관들은 인간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의 깊이와 생각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협동성은 배우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다. 드라마 연기자가 되든, 연극 무대에 서든, 영화배우가 되든 연기자는 항상 공동작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하나의 그룹이 됐을 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고려”하고, “협업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면접에서 판단하겠다는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윤한솔 교수의 말은 협동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한편 서경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신정범 교수는 “알다시피 예술 분야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한번 마음먹으면 긴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근성이 필요하다”며 인내심을 중요한 평가의 기준으로 밝혔다. “천재적 소양보다 성실하고 꾸준한 인내력”을 가진 학생을 높이 평가할 정도로 작품을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을 견뎌내는 인내심은 면접관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창의력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연기전공생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자질이다. ‘창의력’이라는 말에 부담을 가질 지원자도 있겠지만, 면접관이 원하는 창의력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종의 ‘생활의 발견’을 하길 바란다. 소박하더라도 개인의 체험에서 우러난 구체적인 디테일을 원한다. 드라마틱한 어떤 것보다는 관찰의 정도가 깊은 이야기를 선호한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김정호 학과장의 말이다. 창의력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체험을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리얼리티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훈련을 한다면 실기고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