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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의 판판판] 힘겨운 겨울나기
이영진 2011-12-12

지원 끊겨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독립영화 단체들… 후원만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서울독립영화제는 2년째 정부지원 없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항간엔 우리가 지원을 거부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건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12월8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가시 돋힌 농담을 날렸다.

“12월1일, 하루하루 손꼽으며 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과 함께 12월엔 우리의 공간에서 맘껏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우리만의 공간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12월8일,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보내온 보도메일의 일부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는 미지수다.

인디스페이스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장소를 새로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신촌 아트레온 극장과 민간독립영화전용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결국 임대계약 체결이 무산됐다. 원승환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추진위원은 “극장쪽에서 1개관 임대는 곤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결국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대학로, 홍대 등과 같은 강북지역은 물론이고 관악 등과 같은 강남권까지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더 좋은 입지의 극장을 찾을 기회가 생긴 것 아니냐고 말하기엔 시간은 물론이고 재정적 여유가 없다. 최근 인디스페이스는 세 번째 후원의 밤 행사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운영진은 영화계 안팎에서 후원 약속 금액이 1억원을 넘었다고 했지만 목표액 4억원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으로부터 1억, 2억원씩 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100만원, 200만원씩 받는 방식으로 후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목표액을 달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월8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 역시 엄청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최대의 독립영화제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등으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올해 초 상근 인원을 줄인 것은 물론이고 영화제 상금의 일부까지 후원행사를 통해 모금했다. CGV가 용산점 2개관과 개·폐막식 지원을 약속했으나 인디스페이스 재개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제안을 거절한 서울독립영화제로서는 영화제 개막 한달 전까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는 난관에도 부딪혔다.

현재 출품작을 공모 중인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올해 단체사업지원에서 탈락하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영진위의 사후지원금으로 영화제를 진행해왔으나 올해는 지원을 받지 못함으로써 2천만원이 넘는 빚을 떠안은 상태에서 내년 행사를 치르게 됐다”면서 “지원을 받지 못했으나 기존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는 집행위원 개개인이 빚을 나눠 가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도 임대료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12월말까지 임대료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겨울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영진위와 독립영화 관련 정책을 함께 만들고 실행하면서 운영비를 일부 확충했던 한국독립영화협회는 현 정부 들어 어이없는 시비에 휘말리면서 각종 사업에 입찰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는 12월10일, 고심 끝에 후원의 밤 행사를 갖기로 한 것도 모두 다 임대료를 확충하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가만히 앉아 후원금을 바라느냐고 눈을 흘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뛸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은 “상근 직원이 고작 3명이다. 다른 단체는 말할 것도 없다”고 전한다. 독립영화 단체들이 부족한 살림에도 서로를 후원해왔으나 이 역시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원승환 추진위원은 “최소한의 자금이 유입돼야 선의의 돌려쓰기라도 할 텐데 지금은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라는 응원을 건네기조차 머쓱한 겨울이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