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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누아르를 모색한 노력이 묻어나는 영화 <악인은 너무 많다>
강병진 2011-12-14

흥신소를 경영하는 건달 강필(김준배)은 이혼한 아내와 아이 양육권을 놓고 소송 중이다. 어느 날 그에게 이문희라는 여자가 나타나 박용대란 남자를 미행해달라고 부탁한다. 일을 완수한 강필은 사례금으로 받은 수표를 변호사에게 주지만, 곧 이 수표가 도난당한 수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문희의 뒤를 쫓던 강필은 자신이 미행한 남자가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건에 일본군이 해저동굴에 남기고 간 금괴를 둘러싼 갈등이 엮여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강필의 추적은 급기야 박용대의 동업자인 시의원에 이르고, 이들이 함께 벌이던 사업과 이면에 숨겨진 끔찍한 사건의 정체가 밝혀진다.

“삶이 여기 차이나타운 같다고 생각하지 않냐? 겉은 화려한데, 뒷골목은 축축하고 냄새나잖아.” <악인은 너무 많다>의 무대는 인천이다.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바닷물을 머금은 시커먼 땅까지. 형형색색의 화려한 공간과 축축하고 냄새나는 곳을 아우르는 영화의 공간은 이야기의 주제인 동시에 누아르라는 장르가 품은 정서일 것이다. 일본군이 숨겨놓은 금괴, 지역 유지와 정치인의 협잡 등 영화가 다루는 거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그러한 사건의 속내를 파헤치는 장르적인 쾌감에 신경 쓰는 대신, 주인공 강필이 사건을 추적하며 겪는 고난과 그의 눈에 비친 사람과 공간의 뒷모습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소 맥이 빠지는 점이 아쉽지만, 부패한 정치인과 팜므파탈 등 누아르의 기본 요소를 끌어안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동시에 하얀색 붓글씨로 새겨진 타이틀을 비롯해 <이끼>의 김준배가 연기한 주인공의 캐릭터 등 곳곳에서 한국적인 누아르를 모색한 노력이 묻어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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