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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talk] ‘나쁜 3D영화’ 망하는 게 당연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1-12-20

<아바타> <생텀>의 3D 총괄감독 척 코미스키

3D영화 잘 찍는 법을 알고 싶은가? 그럼 이 남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척 코미스키. 이름이 다소 생소한 이 남자는 <아바타> <생텀>의 3D 총괄감독이자 제임스 카메론의 30년 지기다. 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청으로 12월8일 내한해 8, 9일 이틀간 콘텐츠진흥원에서 3D를 주제로 한 ‘엔터테인먼트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현재 프리 프로덕션 중인 김용화 감독의 3D영화 <미스터 고> 팀에 3D 노하우도 알려줬다. “좋은 3D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다면 여행과 세미나를 기꺼이 즐기겠다”는 척 코미스키 총괄감독을 만나 3D영화에 관한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1975년작 <와일드 파티>로 할리우드 경력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비주얼 이펙트 관련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캐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얼떨결에 <와일드 파티>에 파티 게스트로 보조출연을 했다. 이후 토요일 아침마다 방영된 어린이 프로그램 <The Space Academy>에서 스턴트 일을 하면서 할리우드 경력을 쌓았다.

-제임스 카메론을 만난 건 언제인가. =캐스팅 회사에서 인정받은 뒤 뉴월드픽처스로 옮겨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됐다. 그때 제작과 비주얼 이펙트를 맡은 영화가 지미 T. 무라카미 감독의 <우주의 7인> <Battle Beyond the Stars>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자신의 최초 SF영화 <제노제네시스>(1978)를 만들고 난 뒤였다. 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봤는데, <우주의 7인>과 잘 맞을 것 같아 카메론을 아트디렉터로 고용해 함께 작업했다. 그때가 카메론과의 첫 만남이었다.

-‘청년’ 제임스 카메론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똑똑했고, 재능과 열정이 넘쳤다. 사람들이 ‘제임스 카메론과 일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곤 하는데, 그 정도의 긴장감 없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 열정이 있다면 제임스 카메론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함께 작업할 수 있다.

-<아바타>는 3D의 축복이자 저주였다. <아바타> 이후 3D로 제작한 할리우드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3D 때문에 <아바타>가 대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아바타>를 보러 갔을까. 3D로 인해 영화의 제작비가 어느 정도 상승한 것도, 3D로 제작된 영화 중 일부는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3D영화를 감상한 관객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감소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좋은 3D영화’와 ‘나쁜 3D영화’가 나뉘는 것이 아니겠나.

-<아바타> 때 제임스 카메론이 3D와 관련해 요구한 건 무엇이었나. =두 가지다. 하나는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눈이 피로하지 않아야 할 것과 눈이 편안한 가운데 다이내믹한 장면이 많아야 할 것이다. 특히 3시간 가까이 되는 긴 러닝타임이라 눈이 반드시 편해야 했다.

-어떤 3D영화는 눈을 너무 피로하게 한다. 영화를 보던 중 3D 안경을 수시로 벗은 적이 있다. =3D를 제작하는 영화인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좋은 3D영화는 피사체가 스크린 밖으로 나오는 입체감이 두드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사체가 스크린 밖으로 나올수록 관객의 눈은 피로해진다. 정말 잘 만든 3D영화는 피사체가 아닌 공간을 스크린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공간감을 강조하면서 입체감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아바타> 때도 그런 방법을 썼고.

-2D에서 3D로의 컨버팅을 권장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3D로 촬영하는 게 좋은 3D영화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처음부터 3D로 촬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무조건 3D로 찍는 게 능사는 아니다. 컨버팅을 잘 다루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얼마 전 카메론의 <타이타닉>을 3D로 컨버팅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처음부터 3D로 촬영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 서극 감독의 <용문비갑>(12월16일 중국 전역 개봉)에서 3D 총괄감독을 맡은 ‘케빈 라우’ 스테레오 그래퍼에게 3D 기술을 전수했다고 들었다. =서극 감독이 <아바타>의 3D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했고, 그의 3D 총괄감독인 케빈 라우에게 일주일 동안 <아바타>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서극 감독이 3D를 비롯한 기술에 관심이 많아 영화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할지를 잘 알더라.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기술을 알려주는 것을 꺼려하지 않냐고? 좋은 3D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그렇게 발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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