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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만듦새와 서스펜스가 결여된 사건 전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가이 리치의 첫 번째 <셜록 홈즈>는 감독 본인이 공언했던 바대로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액션 히어로 장르에 가까웠다. 두 번째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도 여전하다. 플래시포워드로 기교를 부린 육탄전이 오프닝 시퀀스의 주된 눈요깃거리다. 줄거리는 <셜록 홈즈의 회상록> 중 숙적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가져왔다. 원작대로 홈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부, 명예, 권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악마 모리아티에 맞서 싸우며 생사의 기로를 오간다. 기차라는 가로형 볼거리와 폭포라는 세로형 볼거리 사이에 촘촘히 트랙을 깔아 테마파크를 지으려 한 전략 정도가 영화만의 차이점이겠다. 경매장에서 모리아티가 보낸 상자의 수신인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왓슨(주드 로)의 신혼여행길이 살벌한 총격전으로 돌변하고, 국제회담장 폭발사건이 위장된 살인현장으로 밝혀지는 동안 막대한 양의 특수효과가 불필요하게 낭비된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소설과의 비교가 궁색할 만큼 허술하다. 비경제적인 단서 배치에 탄력을 잃은 서사, 윤색을 거치지 않은 듯 둔탁한 대사, 섹시하지 못한 드랙퀸처럼 그려진 셜록 홈스, 가짜 액션의 허점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초저속 모션, 관광영화처럼 느슨하게 엮은 로케이션, 2000년대 미국에 무리하게 빗댄 제1차 세계대전의 지정학 등 무수한 요소가 몰입을 방해한다. 최악은 서스펜스가 결여된 홈스의 죽음이다. 죽음에 관한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이 차라리 귀엽다. 그 와중에도 드물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배우 주드 로의 존재감이다. 태작의 부속품에 머물지 않는 주드 로는 시네마스코프의 여백마저 잊게 만드는 아우라를 풍긴다. 그럼에도 <BBC>의 <셜록> 시즌2가 더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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