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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 서울] 김지훈과 김재엽, 두 괴물의 만남

연극 <풍찬노숙>

일정: 1월18일~2월12일 평일 7시·주말 3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문의: 02-758-2150, www.nsartscenter.or.kr

극장에 작가가 산다. 2008년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5관왕을 휩쓸며 그야말로 괴물같이 등장한 작가 김지훈. 남산예술센터에 상주하는 극작가인 그는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재엽과 만나 <풍찬노숙>으로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의 문을 연다. 기대되는 첫 만남이다. 지난여름 낭독공연을 거쳐 무대화하는 <풍찬노숙>은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외래인구 유입 단계에서 비롯된 혼란을 신화의 공간을 통해 재현하는 작품이다. 이름 없는 혼혈족이 민족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역사적 출발선을 찾는 과정이 장장 4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혼혈민족에 내재된 정한이 가득하다.

“왕이 죽어야 근대가 온다.” <풍찬노숙>의 신화적 모티브는 바로 이 한줄에서 시작되었다. 일상성과 현실성에 묻힌 최근의 창작극 경향 속에서, 일상을 뛰어넘어 우리 시대의 신화를 써내려가려는 작가와 연출가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허를 찌르는 풍자와 유머가 넘실대는 것 또한 장점이다.

2011년 <됴화만발>에서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의 정점을 완성한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풍찬노숙>은 어릴 적 비료부대를 타고 천진난만하게 놀던 한쌍의 능을 묘사하며 시작되는데, 이 능의 경사를 표현하기 위해 객석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무대와 객석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 객석의 가변식 의자를 걷어내 배우가 객석에서 공연하고, 관객이 무대에 앉아 관람한다. 극장의 숨어 있는 공간을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은 무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의 시공간적 감각을 확장시킨다. 게다가 윤정섭, 이원재, 김지성, 고수희 등 최고의 배우 16명이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김지훈과 김재엽의 첫 만남, 한국 연극의 특별한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