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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TVIEW] 참 영리하구나

팀플레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한국 드라마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

범죄소설, 그중에서도 경찰소설을 좋아한다. 영화를 고를 때도 경찰이 주인공이면 ‘일단 볼까’로 마음이 기운다. 대학 졸업반 시절 방황하다 본 <춤추는 대수사선>에 감명받아 경찰공무원의 길을 잠시 상상하기도 했고(비록 두달 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뒀지만), 그리 만듦새가 좋지 않은 영화임에도 <강력3반>은 극장에서 세번이나 봤다. 제일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기괴한 총기난사사건을 풀어나가는 <웃는 경관>이며 가장 공감했던 소설 주인공이 스웨덴의 나이든 워커홀릭 이혼남 발란더 형사인 이 처자, 그러니 <특수본> 같은 제목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물론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홈스 오라버니는 나의 태양이시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찰, 정확히 말하면 경찰들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초인이나 변신 만능의 천재가 아니라 나처럼 조직에서 관계를 맺고 일하는 직장인이라 그런 것 같다. 성향도 취향도 개인사도 모두 다른 타인들이 일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부스러기를 모아 조각을 만들고 그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완성된 퍼즐처럼 딱 맞아들어갈 때의 쾌감이란 또 서로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서 ‘팀’이란 매력적이다. 그리고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은 수사 미드의 가장 큰 장점인 팀플레이를 모처럼 성공적으로 구현한 한국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재수없을 만큼 독야청청 제 똑똑함을 숨기지 않는 ‘괴물 잡는 괴물’ 여지훈(주상욱) 교수, 비주얼은 코뿔소지만 별명만은 독사인 베테랑 백도식(김상호) 형사, 어디 로맨틱코미디에서 잘못 떨어져나왔나 싶게 해맑고 착한 경찰 남예리(조안), 흉흉한 사건의 와중에도 종종 누나들의 미소를 유발하는 열혈 신참 박민호(최우식) 형사가 모여 꾸린 TEN은 최소 규모의 조직이면서도 비는 구석 없이 맞아떨어지는 퍼즐 같다. 특히 각각 다른 살인, 자살,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여지훈, 백도식, 남예리가 자신이 쥔 실마리를 따라 현장에 모여드는 첫회의 긴장감은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함정처럼 교묘해서 반가웠다.

그리고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는 짙고 길어진다”는 MBC <수사반장>의 대사처럼, 세상에서 가장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자 날로 치밀해져가는 강력범죄를 뒤쫓는 만큼 그 이상으로 치열한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은 휴식이 아니라 싸움이다. 일란성 쌍둥이나 대리모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뒤집어보게 만드는 영리한 소재부터, 죽고 싶어 하는 이의 자살을 돕는 것은 어디까지를 범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머리로는 반대하지만 마음으로는 동조하게 되는 사적 복수 영역에 대한 판단의 문제까지 <특수사건전담반 TEN>은 게으른 시청자에게 쉬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 때문이다. 보육원장의 성폭력에 시달리는 쌍둥이 언니에 대해 모르는 척 입양되어 그냥 떠날 것인가. 양육권을 뺏길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며 유괴당한 아이의 생모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힐 것인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범이 죽음 직전까지 갔을 때 그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살면서 마주하는 선택지의 대부분은 최선과 차선이 아니라 최악과 악 정도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사건의 주인공들처럼 극단적 딜레마에 빠졌을 때 나는 과연 더 옳고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있게 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괴물은 되지 말자고 애써 되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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