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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살아 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주성철 2012-02-01

1982년 부산. 해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으로 한탕 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족보상으로 먼 친척뻘이다. 이후 익현은 탁월한 입심과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고 부산의 암흑가를 접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익현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형배의 라이벌 조직 보스 판호(조진웅)가 익현을 유혹한다. 동생으로 여겼던 ‘넘버 투’ 창우(김성균) 등도 이미 등을 돌린 상황, 익현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 갱스터 클래식 영화들의 향기를 풍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기서 안간힘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영화가 일정 부분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얼마간의 미진함도 남긴다는 의미에서다. 당대 여느 누아르영화들과 달리 스타일리시한 액션에는 일찌감치 관심을 접고, 오직 한 인물(꼰대)의 연대기에 천착하며 시대상을 새겨넣는 솜씨는 꽤 유려하다. 여기서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반달’이란 설정은 맥거핀에 가깝다. 익현의 욕망은 건달스럽게 보이려는 것 그 이상이다.

영화의 인상적인 대사를 빌리자면, 무엇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영화다. 듬성듬성 건너뛰는 것 같은 시대의 행간과 암투의 여백을 주연, 조연배우 할 것 없이 훌륭하게 메우고 더 많은 의미를 만들어낸다. 특히 그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는, 그러면서 절대 뒤는 돌아보지 않는 익현 역의 최민식은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한다. 물론 근엄한 척 속내를 숨기고 뒤를 받치는 하정우의 존재감도 그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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