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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촌 위원장 사표
2001-03-12

국내리포트/톱

영진위 극영화제작지원 대상작 선정시비, 심사절차 문제제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극영화제작지원 대상작 선정을 둘러싸고 유길촌 영진위 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현재 유 위원장이 연락을 두절한 상태라 정확한 이유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2000년 3차 극영화제작지원 대상작 선정과 관련 한 이해당사자가 영진위의 심사결과가 편파적이라며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공정성 시비가 일자 지난 2월9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의 임병수 문화산업국장은 “사퇴서 처리문제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면서 난감함을 표했다. 이로 인해 지원 대상작 발표일은 2월20일로 미루어졌다. 영진위 이용관 부위원장은 “위원장의 공식적인 사퇴 발언을 듣지 못한 상태라 발표를 늦추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극영화제작지원 사업은 장편 극영화 또는 애니메이션에 한해 지난해부터 영진위가 총제작비 50% 한도 내에서 작품당 최대 5억원까지 차등 지원하는 진흥책이다.

이번 일은 지난해 말 제3차 극영화제작지원 2차심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 불거졌다. 정진우 감독은 1심에서 뽑힌 자신의 작품 <판도라>가 2심을 통과한 7편에 속하지 못하자 영화인협회(이하 영협)를 통해 영진위의 선정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진정서를 냈다. 영협은 2차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 수가 7인에서 6인으로 줄었고, 2차심사 방식이 1차 때의 점수합산제가 아닌 투표제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영협의 유동훈 이사장은 “의도가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1차 심사결과를 70% 이상 뒤집은 결과가 나온 데다 심사 절차상 문제가 발생했는데 2차심사에서 탈락한 이해당사자가 수긍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1월 중에 실시한 영진위 내부감사 역시 절차상의 실책을 인정하고 심사결과를 무효화하라는 제안이 나왔다며 일단 2월20일 있을 발표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영협은 밝혔다.

하지만 심사를 맡았던 영진위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위원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수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심사기준의 골자까지 훼손한 건 아니므로 특정 영화인과 담합했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사위원 수 조정은 운영세칙을 어긴 결과가 됐지만, 위촉된 심사위원이 급작스레 사퇴한 상황에서 “이미 참석한 위원들의 합의하에 융통성 있게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1심 결과가 2심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1심의 점수합산제가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다양한 작품들을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것인데 비해 2심의 기표제는 제작사 여건 및 해외 수출 가능성 등을 따진 뒤 심사위원들이 소신있게 결정하기 위한 결정 방식”이므로 “그 기준은 명백히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오히려 그는 “한 심사위원이 선정작이 의결되기도 전에 이해당사자에게 1차 심사결과를 흘린 것이 적절한 제스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영화인은 이를 두고 “영협쪽에서 3인의 영진위 위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까지 문제삼고 있지만, 정작 사업결과를 책임지기 위해서 위원들이 심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2월20일 열리는 회의에서 영진위가 감사 의견을 수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영진위 이용관 부위원장은 “이날 심사과정에서 발생한 형식상의 실책들에 관한 토론이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심사결과를 무효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럴 경우 단순히 이번 심사뿐 아니라 지난해 두 차례 이루어진 바 있는 제작지원사업의 공정성까지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2001년의 제작지원사업은 사전 심사과정에서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뿐 아니라 이후 프로덕션 과정에서도 영진위가 합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