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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맨땅에 헤딩하듯 작업했다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2-02-07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연출한 한상호 감독

우습게 볼 공룡이 아니었다. 개봉 첫주 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부러진 화살> <댄싱퀸>에 이은 박스오피스 주말관객 수 3위. 3D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가 이렇게 선전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상호 감독은 첫주 성적에 제법 고무된 듯했다. 1995년 EBS에 입사해 <마이크로의 세계> <문자> <한반도의 공룡> 등 다양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그였다. ‘점박이의 아빠’ 한상호 감독에게 <점박이> 제작기를 들었다.

-개봉 첫주 성적이 좋다. 예상은 했나. =전혀 못했다. 개봉 전날 제작사 대표들과 마케팅팀과 함께 예매 상황을 지켜봤는데 짜릿하더라.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예매율이 2위까지 치고올라가니까 기대를 해봐도 되겠다 싶었다.

-전작이 EBS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이다. 이번에도 공룡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이유는 뭔가. =사라진 공룡을 화면에 불러들인 <한반도의 공룡>은 자연다큐멘터리였다. 방영 당시 EBS에서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렸다. 이후 출간된 책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도 서점에서 많이 팔리고 있고. 어떤 면에서 <점박이>는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는데, 이걸 그대로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룡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반도의 공룡>을 만들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무엇이 아쉬웠나.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이 아쉬웠다. 공룡의 움직임을 훨씬 더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3D도 그렇다. 2009년 1월에 제작이 시작됐는데, 당시는 한국에서 입체영화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다. 입체영상 기술 인프라, 장비 인프라, CG 노하우 등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탭들은 맨땅에 헤딩하듯이 작업을 했고, 노하우를 익혔다.

-2010년 12월 <아바타>가 개봉했다. <아바타>가 제작 방향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아바타> 덕분에 3D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가 매우 올라갔다. <아바타>는 공간의 깊이와 눈의 피로도,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3D는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영상과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있다. 두 영상을 나란히 배치하면 공간감이 생길지 몰라도 컷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관객의 눈은 금세 피로해진다. 우리 역시 튀어나오는 영상과 들어가는 영상을 최대한 부드럽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바타> 덕분에 제작기간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1년 더 소요됐다.

-점박이는 타르보사우루스라는 육식공룡이다. 둘리처럼 초식공룡을 주인공으로 할 생각은 없었나. =그건 전작 만들 때부터 고민했던 거다. 그런데 초식공룡으로 설정하면 드라마가 약할 것 같더라. 티라노사우루스는 서양인들이 상상해서 만든 공룡이다. 그처럼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타르보사우루스라는 아시아 출신 육식공룡을 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공룡끼리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다. 대사는 없고, 최소한의 내레이션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외려 아이들이 공룡의 리얼리티에 민감하다. 영화를 본 뒤 아이들은 “워, 워” 하고 공룡 목소리를 내며 놀더라. (웃음) 내레이션 역시 처음에는 3인칭 시점이었는데, 너무 딱딱하더라. 보다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바꿨다.

-배경 촬영을 위해 5개월 동안 뉴질랜드를 뒤졌다고. =<아바타>의 배경처럼 CG가 아닌 실제 자연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나리오에 적합한 공간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 전역을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뉴질랜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뉴질랜드 사람보다 더 잘 안다. (웃음) 특히 영화의 후반부, 바다로 향하는 협곡을 찾는 게 어려웠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뉴질랜드 관련 책을 보는데 비슷한 풍경의 공간이 있더라. 그래서 그곳에 갔더니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 완전히 똑같진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판타지 소설 <공룡전사 빈>도 써서 출간했다. =영화 하나만 생각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짬날 때마다 틈틈이 썼다. 힘들지 않았냐고? 전혀. 내게 글쓰는 시간은 휴식이다.

-영화가 잘된다면 시리즈 제작도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점박이> 역시 다양한 이야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리즈로 제작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사람과 디지털의 교류를 다루는 작품도 한번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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