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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스릴러극보다 더한 서늘함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장영엽 2012-02-08

냉전의 긴장감이 팽팽하던 1973년, 영국 정보부 서커스의 수장 컨트롤(존 허트)은 정보국 고위 관료 네명 중 한명이 소련의 첩자가 아닐까 의심한다. 이를 밝혀내려던 요원 짐 프리도(마크 스트롱)마저 작전 수행 중 살해되자, 컨트롤과 그의 오른팔인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먼)는 그 책임을 지고 은퇴한다.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조지에게 어느 날 서커스 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가 찾아온다. 그는 서커스 내부에 소련의 첩자가 있다고 말한다.

존 르 카레의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사실 영화화하기 수월한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플롯이 너무 복잡하다. 스파이로 의심받는 네 캐릭터의 심층적 묘사와 더불어 인간적으로 나약해지는 조지의 고뇌, 배신당한 요원 짐 프리도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스파이를 밝혀내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플롯을 제외하고 모든 곁가지 이야기들을 영화 밖으로 밀어낸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존 르 카레가 활자로 구현하고자 했던 무력한 회색지대의 공기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모든 요원들은 무감하다. 국장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부 통화를 도청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심지어 누군가가 스파이로 적발되는 순간에도 무감하다. 사람이라면 응당 지녀야 할 양심과 윤리성을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가는 스파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에 총격전이 난무하는 유혈 스릴러극보다 더한 서늘함을 심어준다. 장르적 쾌감이 덜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짜임새있는 구성과 냉전시대의 정서가 무난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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