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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잊었니? 노래는 감동의 음파야
심은하 2012-02-09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일정: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월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8~1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16~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문의: 02-541-6236

“고통스런 내 영혼이 이 땅을 떠나, 간절한 사랑이 하늘에 닿도록….” 세상의 모든 불행을 등에 짊어진 꼽추 콰지모도가 등장했다. 사랑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원죄의 숙명을 지닌 초라한 남자. 허스키한 목소리로 어둠을 그리는 멜로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프랑스 뮤지컬의 시초이자 유럽 뮤지컬의 부흥을 일으킨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의 6년 만의 내한 무대다. 이번엔 원어인 프랑스어 대신 월드 투어를 위한 영어 버전.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세 남자의 이야기다. 꼽추 콰지모도,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사랑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콰지모도의 사랑이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이라면, 프롤로는 파괴적이고 소유적인 사랑, 페뷔스는 육체적이고 표피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사랑과 욕망은 혼란한 사회상과 어우러져 끊어질 듯 팽팽하게 맞선다. 갈등은 인간 사이에서뿐 아니라 내면에서도 일어난다. 특히 악하게만 그려진 프롤로는 종교와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제자리를 찾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과 증오, 선악의 대비를 넘어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중세 말 유럽의 혼란한 사회상까지. 원작 소설의 다층적 의미까지도 충실히 담아낸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현란한 군무로 뮤지컬의 재미까지 살려냈다. 음악은 서정적이고 애절한 멜로디로, 때로는 강렬한 비트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몽환적 분위기의 연보랏빛 조명이 무대를 비추는 가운데 시작되는 음유시인 그랭구아르의 서곡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에서부터 세 남성이 에스메랄다를 향해 부르는 <아름답도다>(Belle),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부르는 <춤추어라 에스메랄다>(Danse mon esmeralda)에 이르기까지 54곡의 노래는 이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현란한 군무도 볼거리다. 무용수들은 현대무용과 애크러배틱, 브레이크댄스까지 결합된 격렬한 몸짓으로 집시의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해냈다.

무대는 단면적이고 감각적이다. 노트르담 성당의 위엄과 폐쇄성을 상징하듯, 거대한 벽이 무대 뒤편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벽은 무용수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통해 방랑자들의 욕망과 욕구를 표현했다. 극이 흐르며 이 벽에 세부적인 장치가 더해지고 조명이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무대는 성당, 카바레, 감옥으로 변모한다. 다만 이번 영어 공연은 단조 선율의 애절함과 샹송의 감미로움이 어우러졌던 프랑스어 버전의 그때 그 감동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도 극중에서 노래하지 않았던가.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을 허문다”고.